좋은 계절에 만났지.
좋은 나이에 만났었어.
좋은 모습으로 만났었지.
그들은 서로의 눈동자에 깊이 들어가 그들만에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속에서 끝없이 헤매었다.
무지갯빛 꽃이 피고,
짙고 푸른 숲이 우거지고 ,
가지가 안 보일만큼 열매들이 열렸고,
뽀드득하고 반짝이던 소복한 눈밭길.
모든 주어진 것들이 그들만의 것인 듯 마냥 즐겼다.
그녀는 그가 편히 쉴 수 있는 그만의 의자가 되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무엇인가에 끌렸나 보다.
이제 그녀는 강 넘어 지는 해를 보며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의 눈동자를 닮은 붉은 해를 그저 바라만 본다.
꽃들이 피어나고 낙엽이 흩날리고
하늘에서 눈이 내려와도 고개를 떨군다.
그가 왔고 그가 갔구나.
나에게 왔었던 그 계절 그 시절들.
그녀는 이제 훌훌 털어 버리고 일어나려 한다.
어디서 날아왔나 그녀의 어깨 위로 노랑나비 하나가 사뿐히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