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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inJ Mar 05. 2024

명상이 뭐 별 건가요?

우연히 며칠 전 TV 프로그램에서 노년 내과 의사의 강의를 들었다. 수명이 길어졌으나 그만큼 병 또한 늘었다는 '생로병병병사의 시대'라는 말이 와닿아서 유심히 보았는데 노후 정신 건강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로 명상을 추천했다.


다만 이 명상은 흔히 생각하듯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는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내 몸의 감각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인은 수영이나 달리기를 하며 명상을 하고 있으며 설거지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도 가능하단다.


아, 그럼 내가 하고 있는 것도 명상이군!


나 같은 경우는 요가를 하며 명상을 한다. 당연한 말인가? 흔히 요가를 한다고 하면 굉장히 정적인 명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만 해도 요가원에 처음 등록할 때 생각은 일주일에 한두 번 편안하게 요가하고 별도의 유산소 운동을 병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요가는 명상이 아니었다. 첫 수업부터 매트가 축축이 젖을 정도로 땀을 쏟아내고 기진맥진 누워서 요가가 이런 거였나 혼자 충격받았다. 가만 앉아 호흡법을 통해 명상으로 들어가는 요가도 분명 있지만 아직 내가 범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고.


사실 눈을 감고 자리 잡고 앉아 보면 금방 알게 된다. 이게 명상인가? 생각을 한 곳에 모으고 궁극적으로는 그 생각조차 없어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일단 물리적으로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자체부터 어렵다. 눈은 감았지만 감은 눈을 코 끝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리며 손을 꿈틀댄다.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몸과 정신을 통제하는 힘부터 기르도록 대부분의 요가 수련에서는 오히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몸의 정렬을 찾으며 아사나를 익히는 것부터 하는 것이다.


꽤 오랫동안 내게 요가는 명상이라기보다는 격한 운동에 가까웠다. 워낙 평상시 사용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는 자세들이 많고 다른 운동 없이 요가만 했는데도 살이 빠질 정도로 체력 소모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생각 따윈 할 겨를도 없었고 수련을 마치면 숨을 헐떡이며 곯아떨어지곤 했다.


덕분에 몸이 먼저 조금씩 단단해졌다. 근육이라곤 일도 없던 몸에 힘이 붙으니 아사나가 자연스럽게 깊어졌고 격한 움직임 속에서도 미세한 몸의 변화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아사나를 해도 조금 더 등에 힘이 생기고 어깨 관절의 범위가 넓어지면 다른 세상이었다. 미세하게 날숨을 참는 버릇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신경 쓰면 들고 나는 호흡의 통로가 조금 더 열리는 느낌이 난다. 조금 더 왼쪽으로 의식을 보내고 호흡을 넣으면서 좌우 불균형을 조금씩 좁혀가기도 한다.


체력을 키우는 운동으로써의 요가도 나쁘지 않지만 요가의 진정한 매력은 이 과정에서 얻는 정신적인 변화다. 요가를 할수록 내면은 점차 고요해진다. 이 모든 과정이 의사 선생님이 말한 명상이고 이 명상이 나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노후 대비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하면 할수록 오래, 아니 평생 요가하고 싶다. 죽는 일은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겠지만 되도록 병은 건너뛰고만 싶고. 요가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효과적인 노후 대비책 중 하나는 되겠구나 싶어 괜스레 든든한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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