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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애나 Aug 01. 2018

호주 영어, 미국 영어를 넘어선 짬뽕 영어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인가 꼿꼿하게 버틸 것인가

8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내가 접해본 영어 공부는 뭐든지 미국식이었다. 


완벽한 R발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혀를 굴려보던 그 시절, 조금이라도 더 굴려볼까 싶으면 옆의 친구들은 이렇게 한소리를 하곤 했다. 


어우 야 그럴 필요 있냐, 대박 완전 느끼해, 너가 무슨 미국인도 아니고~


하지만 난 아무리 느끼해도 그들처럼, 그들과 똑같이 발음하고 싶었다!!


미국 영어를 배우며 자라온 나로서는 미국 발음/악센트만이 전부인 줄 알았다. 영국 발음?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중학생 때 한 달 다녀온 사이판의 영어 학교 파닉스(발음 수업) 시간에서 가르쳐 준대로 "노 프라블럼!(No problem)"을 완벽하게 발음하기 위해 입을 더 크게 벌렸고 R을 더 굴렸다. 좀 더 물 흘러가듯, 구슬이 또르르 굴러가듯 미국인들이 하는 그런 식으로!




하지만 웬걸,

좀 더 큰 세상으로 나와보니 미국 발음은 영어 발음 하나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2010년, 말레이시아에서 랭귀지 코스(영어학원)를 다닐 때 처음으로 접해본 싱가포르 영어, 인도 영어, 호주 영어, 아랍 영어 그리고 말레이시아 영어는 꽤나 신선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싱가포르에 놀러 갔을 때 원어민인 남자친구보다 싱글리시(싱가포르식 영어)를 더 잘 알아 들었다. 


"어라? 이런 악센트를 가진 사람들도 있네? 내가 봤을 땐 원어민이 아닌 거 같은데(미국 발음이 아닌데) 쟤네들은 자기들이 원어민이라네?"


중학생 때 사이판에서의 첫 "외국인에게 배운 영어 공부", 대학생 때의 영어 공부를 위해 선택한 말레이시아 생활, 그리고 대학 공부로서의 골 때리는 영문과 수업들.

영어공부의 여러 과정을 거쳐온 나는 꽤 최근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겪어보면서 영어 악센트, 발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다.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여러 군데의) 카페들에서 일하던 3-4년 전의 그 때 그 시절, 다음의 대화는 너무나도 익숙해서 나중에는 매뉴얼처럼 외워버릴 지경이었다.


에피소드 1

손님: "너 어디에서 왔어? 영어 잘하네?"

글쓴이: "나 한국인."

손님: "오 그런데 미국식 발음을 쓰네."

글쓴이: "한국에서 미국 영어를 배우면서 자랐거든."


에피소드 2

손님: "호주 언제 왔어? 호주 영어 쓰네?"

글쓴이: "한 1년 전? 다른 사람들은 나 미국 영어 쓴다는데."

손님: "아니야, 완전 오지(Aussie/호주인)인데?"

글쓴이: "고마워(입에 침이나 바르고 얘기해라.). 근데 난 한국인 악센트를 써, 난 한국인이니까."


열심히 카페 일하며 나의 영어 악센트에 대해 설명하던 시절 




호주에 넘어오자마자 얼씨구나 좋다 하고 바로 잊어버린 것은 미국 발음 중 하나인 느끼한 R발음이었다.


호주 사람들은 R을 가볍게 툭 버리듯이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Water(물)를 예시로 들어본다면 미국 영어는 워럴이라고 발음하지만 호주 영어는 워터 혹은 워러라고 발음한다.


"이때까지 굴리려 굴리려 그렇게 노력을 한 R발음을 이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하며 바로 내 기억 저장고 속에서 지워버린 이 발음. 하지만 다 잊었다고 생각한 이 발음이 지금 돌이켜보니 내 안에 아직 상주하고 있음에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장을 말할 때면 가끔 얼~~~ 알~~~ 하는 발음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밖에도 토마토를 토메이토가 아닌 토마-토로 부른다던지의 사소하지만 충격적인 발음 차이를 배우고 기억 해내가며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다. 




아이엘츠 시험을 보고 온 친구들이 공유하는 후기나 팁 중에서 "한 가지 악센트를 정해야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이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이 시험을 보는 목적이 비영어권 사람들의 영어 능력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영어 능력의 Consistency(일관성)를 보는 것이구나 하고 수긍은 갔다. 그리고 좀 더 호주 영어로만 발음하기 위해서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유튜브에서 이 영상 클립을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WUHake_tsG4


동영상을 요약하자면,

거주하는 곳 혹은 함께 지내는 사람들에 따라 나의 발음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주 당연한 것이고, 여러 가지 발음 섞이면 뭐 또 어떤가, 이것 자체로도 매력이지! 하는 내용이었다.


아하! 하며 무릎을 탁 내쳤다.

이 영상을 보고 나서부터는 내 발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들릴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만의 발음으로 의사소통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고 자신감이라는 무기까지 장착했으니 나는 문제없다는 마음으로.






글쓴이의 더 많은 영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밑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brunch.co.kr/@melbeducatorb/14


https://brunch.co.kr/magazine/hojuenglish




모두의 애나

호주, 멜버른에서 차일드케어 에듀케이터로 일하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andooanna
www.instagram.com/mandooanna/


                                                                                                   더 많은 글 보러 가기,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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