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제게 속 쓰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정성스럽게 끓여놓은 소고기뭇국이 시커멓게 다 타버려서였죠. 상황은 대략 이러합니다. 아이들이 오후에 다 집에 있었고 저는 국을 끓이기 위해 인덕션을 켜놓고 화장실에 가있는 상황이었죠.
화장실에 있는데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더랬죠. 느낌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보니 그 냄새는 더 심하게 났습니다. 달려가서 확인해 보니 제 소중한 국은 소고기와 무의 형태를 한 숯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형체만 남은 시커먼 바닥은 마치 제 마음 같았죠.
만들어놓고 딱 한 번 먹은 뒤라서 쓰린 속은 더 쓰렸습니다. 당연히 다음 순서는 화를 푸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하고 있었냐고 말이죠. 자기들은 전혀 못 느꼈다고 합니다.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더 화를 냈죠. 연기까지는 나지 않았지만 거실에는 냄새가 훨씬 많이 났었으니까요. 코가 막혀서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이해가 가지는 않았죠. 그게 말이 되냐며 호되게 혼내는 제게 결국 둥이들은 잘못했다며 용서를 했습니다.
행복이와 건강이는 거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난데없는 불벼락을 맞고 말았죠.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 사건은 제 부주의가 시작이었으니까요. 제가 먼저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아이들만 잘못한 듯 말을 했다는 사실이 미안해졌습니다.
결국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다시 아이들에게 가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제가 더 잘못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이죠. 다시 한번 사과를 하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괜히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한 셈이 되었는데 빨리 정신을 차리고 사과를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겹겹이 쌓이면 관계가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나빠지게 될 테니까요. 사과를 아끼다 보면 나중에 뒷감당을 해야하는 상황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더 시간이 지난 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저희 집 달력에는 특별한 흔적들이 남겨져 있습니다. 바로 제가 화를 낸 날에 아이들이 만들어 놓는 빨간색 동그라미죠. 하도 저보고 화를 많이 낸다고 그러길래 제안한 방법입니다. 인정할 만한 날이 절반, 억울한 날이 절반이었지만 고민 끝에 낸 아이디어였죠.
"좋다! 내가 너희에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화를 내면 여기에 동그라미를 치자!"라고 말하며 시작한 제도였죠. 하지만 이 방식은 최초의 제 의도와는 달리 점점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ㅇ 제가 충분히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상황
ㅇ 둥이들이 아닌 아내와 다투는 상황
까지 동그라미를 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더 빡빡한 조건이 된 셈이죠. 어떤 날에는 제가 색연필을 들고 달력으로 다가가는 아이들에게 쩔쩔매며 해명하는 일도 생겼죠.
도저히 참지 못하고 폭발한 날이 있을 때는 제가 직접 색연필을 달라고 해서 직접 표시를 한 날도 있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거의 1년 넘게 이렇게 해오고 있었던 덕분에 제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가족의 평화에도 꽤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죠.
평소 저는 사과를 아끼지 않는 아빠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죠. 그래야 아이들도 잘할 테니까요. 부모의 권위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다고 만만한 아빠가 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절대 옳다고 우기기 시작한다면 되려 권위가 무너지기 쉽죠.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선택한 이 방법들은 지금까지 중간평가를 했을 때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사춘기의 반항과 신경질의 강도가 지나치지 않게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시기를 평화롭게 잘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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