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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27. 2021

1-4. 인문학(문학,역사,철학)에도 관심을 가질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CQ(Creative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4 : 인문학(문학, 역사학, 철학)에도 관심을 가질걸(소설, 역사, 소크라테스도 아이를 성장시켜요)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   -바이런- 

철학을 한다는 것은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스피노자-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최근 한류의 우리나라의 최고 히트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다양한 방법으로 아마 전 세계적으로 국위선양을 해온 BTS가 단연 압도적일 겁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히트상품이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에 참여한 이날치밴드와 앰비규어스 컴퍼니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든 한국 관광공사 홍보영상은 3억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통음악인 판소리와 현대음악인 밴드가 융합되어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가치이기도 한 융합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우면 좋을까요? 가장 자주 언급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상당히 인기가 없던 대표학과들은 인문학의 대표주자인 일명 문사철(문학, 역사학, 철학)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거기 졸업해서 어디 취직할래?” 이 한마디면 모든 것이 교통정리가 되었습니다. 문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낮아서 나온 신조어인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역시 순수학문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 하나의 서글픈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천대받던 인문학이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동반자로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융합의 아이콘, 인문학

융합이 가진 힘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있는 둘 이상의 영역들을 합쳐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합쳐서 단순히 더하는 효과가 아닌 곱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죠.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서는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계산이나 판단 능력을 원하지 않습니다. 의미들의 차이 속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종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재를 원합니다. 인문학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와 더불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심오한 문제를 다루는 학문인 인문학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에 개정된 교육과정(※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가 핵심)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역시 창의융합형 인재는입니다. 이는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된 방식입니다. 학문적인 융합 역시 한 가지 학문에서의 능력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습니다. 자신이 공부하는 주전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새로운 분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중요성이 강조되는 능력은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학도 강조될 것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지만 결국 그것의 본질은 인간을 만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 미래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은 인문학을 전공한 인재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문학은 '인간다움의 가치'와 인간 그 자체를 다루는 학문이므로 수치로 계량하거나 단순한 계산적 능력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을 다룹니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문학이 필요한 이유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던 『멋진 신세계』는 1930년대 이후 촉발된 고도의 산업화와 기계화로 인해 이루어진 서기 2500년경의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적 시선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멋진 신세계』에서 그린 미래에서는 고도로 발전한 문명이 철저하게 인간의 삶을 관리합니다. 인간을 공장의 유리병에서 상품처럼 생산하여 계급을 만들고 환각제를 사용해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합니다.

 이 소설에서 제일 눈여겨볼 부분은 미래의 기계문명에서는 인간이 문학을 접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통제한다는 점입니다. 진나라 시황제 시절의 분서갱유(책을 태우고 학자를 죽임)처럼 미래 시대에는 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을 더 쉽게 통제하기 위해 미래의 기계문명은 단순한 유희만 즐기게 하되 문학을 금지한 것입니다. 

 시와 소설, 수필 같은 문학작품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세상과의 만남을 간접적인 경험으로 가능하게 해줍니다. 문학을 통해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포용력과 공감력을 키워 우리는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죠. 생각하는 인간은 총칼을 든 인간보다 위협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역사적으로 인간이 똑똑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을 읽지 못하도록 통제했던 사례는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문학에는 소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징적, 함축적인 의미와 정서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시는 같은 시각을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는 풍부한 표현력을 길러줍니다. 동시에 풍부한 감수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독서교육에 대한 전문가들도 아이들이 동시를 읽었을 때의 얻을 수 있는 이러한 장점들에 대해서 상당히 강조합니다. 

풍부한 감수성 외에도 문학이 주는 즐거움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문학을 읽는 사람은 비소설이나 대중소설을 읽은 사람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능력이 더 높았다”(2013년 카스타노와 데이비드 코머키드의 연구 : 문학 소설을 읽으면 마음의 이론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미래사회에서 제일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공감능력입니다. 우리 아이가 단순히 공부를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좋은 문학 작품을 읽는다면 즐거움도 얻고 미래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아는 자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것이다.” 국내에서 출판된 번역본으로는 총 6권, 4,150쪽에 달하는 『로마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영국 작가 에드워드 기번이 한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중고교생들에게 역사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십중팔구 ‘지루한 암기과목’이라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수능시험의 한 과목인 국사는 수험생들에게 상당히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재미가 없고 외울 것이 많고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과목 역시 사회(초등 5학년 사회에 국사 포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입시에서도 역시 역사는 인기가 없었지만 다행히 2017년 수능부터는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기도 했죠. 

이와 같은 추세는 입시에도 이어집니다. 2016학년도에는 수능 사회탐구영역에서 한국사의 선택 비율이 11.5%, 세계사는 6.9%에 불과할 정도로 비인기 과목이었습니다. 시험을 볼 필요가 없으니 역사는 그동안 공부할 가치가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입시를 잘 보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역사는 그 시대에 벌어진 사건이 남긴 단순한 정치적 기록물의 한계를 넘어 그 시기의 경제, 사회 분야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 수학, 음악, 미술의 발자취도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이 집대성된 종합적인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사는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제도 또는 풍습이나 관습을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울 수 있는 과거를 읽는 거울이며,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판단력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역사를 다양하고 깊이가 있게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위해 단편적으로만 배웠다면 임진왜란은 왜가 조선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전란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비참하고 처절한 상황들이 묘사됩니다. 이를 읽게 되면 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달걀을 깨트려 세웠던 일화로도 위대한 탐험가 콜럼버스도 역사를 제대로 알면 다르게 보입니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예무역을 자행했던 잔인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깊이 있는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를 거울 삼아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깊이 있는 역사공부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진짜 중요한 사실들을 배웁니다. 다양한 서적과 체험을 통해 공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면 역사를 배울 수 있다면 역사는 그 어떤 학문보다 즐겁고 재미있는 분야이며 아이들의 내적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있어 역사는 사용되는 단어 자체의 난도가 높은 편이기에 어렵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역사학습만화를 활용해도 됩니다.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용 역사책은 다양합니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같은 학습만화부터 『용선생 한국사』까지 다루는 내용과 수준이 천차만별입니다. 도서관을 통해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찾아서 읽게 해준다면 어렵게 생각했던 역사에 금방 익숙해질 것입니다. 



철학의 존재 이유

 미국 MIT의 인공지능연구소의 공동설립자 중 하나인 마빈 민스키는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과학자입니다. 그의 이력 중에서 독특한 부분은 하버드 대학을 다닐 때 철학에 몰두했다는 사실입니다. 

 철학(哲學)의 사전적인 의미는 인간이나 세계에 대한 지혜·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뜻이 굉장히 심오하기에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학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실용적인 학문과 반대의 의미로 자주 언급되기 합니다. 물론 현실은 이미지보다 냉혹합니다. 사람들이 철학은 제대로 된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폄훼합니다.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아직 철학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문사회 계열의 취업률은 다른 계열들에 비해 최하위이며 60%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꼭 배워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두 번째,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세 번째, 과제를 정한다.

 네 번째,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이 중에서 철학이 주는 제일 큰 장점은 자신 앞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통찰력 있게 관찰하고 해석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죠. 철학자들이 던져온 질문들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서 시작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로 이어져 왔습니다.

 남에게 답을 찾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 철학입니다. 철학의 질문들은 논리력을 바탕으로 수학과 과학으로도 확장됩니다. 과거에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들과 대화하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과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을 찾는 것입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예전의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모든 학문의 근원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실제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지성 작가 역시 『에이트』에서 철학은 인간의 고유능력인 공감적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일깨우는 최고의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잘하는가?” 조금 더 익숙해지면 가치판단의 문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며 새치기를 한 친구를 이해해줘야 하는가?, 열차 사고가 나는데 왼쪽으로 꺾으면 내 가족 1명만 희생되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모르는 사람 100명이 희생된다면 너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런 정답이 없는 질문은 아이의 답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철학이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쉽게 풀어놓은 책을 접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철학, 문학, 역사학에 대해 아이가 접해보고 심오한 주제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창의융합형 인재의 시작은 인문학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아이가 새로운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부모가 해주어야 합니다. 


 인문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인문학 교육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은 나라입니다. 하버드나 예일대학교의 졸업생 수를 보면 역사학이나 인문학이 높은 순위를 차지합니다. 그와 반대로 한국은 아직 인문학 전공자에 대한 처우가 상당한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현실만 보고 인문학의 중요성이 낮다고 해석하지 말고 인문학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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