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를 뗄 즈음이 되자 이런저런 마음이 든다. 합격의 기쁨은 사라진 지 오래고 현재보다 더 나은 파랑새를 찾아보려는 시도들을 헛되게 해 본다. 해보지도 못할 거면서 그냥 뱉어내는 말들.
7급 시험을 한번 봐볼까. 라던가
지방직 시험을 한번 봐볼까. 라던가
힘드니깐 휴직을 내고 여행을 가볼까. 라던가
정신없어 지나쳤는데 월급 명세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너무 박봉인 것 같고 조직은 이미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의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으며 난 그들의 소모품인 것 같기도 하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었다.
그럴 즈음 신기하게도 진짜로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왔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내 이름이 올라온 것이다.
참고로 우리 광역시엔 올해 상반기 5명의 공무원이 칭찬 게시판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내가 4번째였다. 이 상황을 양쪽의 입장에 있어 본 내가 아주 중립적으로 평가해보자면 공무원 입장에선 친절하기 힘든 상황이 많았고, 민원인 입장에선 친절한 공무원이 적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쓰고 보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근데 말은 맞다. 작년부터 이어진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며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며 코로나로 급증한 고용센터의 업무들을 봤을 때 우리의 선배 주무관들은 지쳐있었다. 고용센터에 발령을 받고 각 팀으로 배정됐을 때부터 그런 선배들의 불만과 지침의 분위기는 역력했다.
본인이 행복하지 않는데 민원인에게 어떻게 친절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채 '목소리에 미소'를 가득 담아 업무를 하시는 소수의 선배들도 있었다.
반면 민원인들은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서 센터를 찾아왔는데 처진 공무원들의 모습에 불쾌함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민원인들은 당연히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은 항상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거기서 오는 괴리감에 몇 명은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셨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친절 공무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기도 한데, 그래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를 친절 공무원에 입성하게 해 주신 그 민원인은 나도 수많은 민원인들 중에서 정확히 기억나는 분이시다. 왜냐면 나도 그분을 게시판만 있다면 '친절 민원인'으로 글을 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 친절 민원인은 처음부터 고마워하셨었다. 그분이야 말로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목소리에 미소'가 있으셨던 분이었다.
몇 번 서류 확인을 위해 전화를 드리고 서류 보안을 위해 전화를 드렸을 때도 업무가 조금 늦어져서 전화를 드렸을 때도 항상 끝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곱게 하셨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나도 기분이 참 좋아졌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친절'을 공무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공무원이기 때문에 친절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끼리는 서로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배에게, 나의 동기에게, 나의 친구에게, 우리 조직에게도, 얼굴을 몰라도 전화로만 통화를 한다 해도 최소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친절해야 한다. 그 범위를 넓혀 살아있는 모든 것까지 하기엔 내가 너무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 거기까지 논하지는 못하겠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