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놓치면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

by Ellie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하다 못해 점심 식사 후에 커피 체인점에 가서 커피를 시킬 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순간 당신은 아이스 라테를 마실 수가 없다. 4천 원짜리 선택에도 미련이 남을 수가 있는데 사람의 인연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아깝다’는 이유로 마음에도 없는 연애를 시작하거나, 또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가 변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 회로를 돌리는 것은 그쯤에서 그만두기를 바란다.


"저쪽에서 관심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만나보지 왜? 꽤 괜찮은 거 같은데. 요즘 저런 사람 솔로인 거 드물다."


별로 연애 생각이 없어 심드렁하던 마음에 갑자기 어디선가 살랑 미풍이 불어온다. 귀가 쫑긋 선다. "손님, 원래 이런 물건 매물로 잘 안 나옵니다. 놓치시면 후회하실 거예요." 별 흥미 없이 지나치던 고객님의 고객이 우뚝 멈춰서는 순간이다. 지금 당장 없어선 안 될 필수재가 아니라서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잠시만 더 상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마침 장사 개시할 때 오셔서 운이 좋은 거예요. 지금 구매하지 않고 그냥 가셨다가 중간에 마음이 변해서 돌아서도 몇 분 안에 팔려버리고 없을 겁니다."


처음엔 귀가 솔깃했는데, 설명을 듣다 보니 가슴까지 뛰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대로 상술에 말리면 그 물건은 금세 ‘사치재’에서 ‘필수재’로 둔갑을 한다.


"…결재할게요. 카드 받으시나요."


새로운 커플이 하나 더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 사람과 헤어지게 생겼어. 그동안 크고 작은 다툼이 잦아서 서로 지쳤거든…. 근데 막상 헤어지려고 마음먹고 나니나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 있지. 내가 이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내 성격 받아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정말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부터 동기 및 선후배의 연애상담을 숱하게 들어줬던 경험을 토대로 회상해 보건대, 저 대사는 연인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 TOP3 중 하나였다. 그 정도로 모두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의 호의를 그 사람의 천성이나 인간성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의 호감을 사고 싶을 땐 누구나 현실에서 똘레랑스를 실천하는 파리지앵이 된다. 인내심의 한도는 늘어나며, 무대 위 연기자의 매소드 연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비슷한 예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렇게 엄격한 윤리적 잣대마저 흐릿해지는 것이 연인 관계다. 다시 말해 당신의 성격 및 각종 변덕을 포용했던 것은 연인의 인간성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는 그저 당신이 좋으니까 잠시 눈과 입을 닫은 것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똘레랑스 정신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들기도 한다. 지금 당신이 헤어질 위기라는 것은 이미 고무줄의 수명이 다했거나, 상대방 쪽에서 한없이 팽팽하던 고무줄을 잘라냈다는 신호다.

페이드 아웃. 연기자가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순간이 임박했다.




사람 마음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처럼 어리석은 도박은 없다. 우리의 신데렐라도 왕자와 함께 신나게 호박마차 드라이브를 하다가 왕자가 다음과 같이 정중하게 요청하면 당장 마차에서 내려야 한다.


"저, 미안한데… 그만 내려주면 안 될까? 분명 어젯밤에는 너를 향한 내 감정이 사랑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좀 알쏭달쏭해서. 혼자 생각 좀 해보고 다시 연락할게."


눈짓 한 번에 성을 세우기도 하고 허물기도 하던 양귀비도 황제가 "질렸으니 그만 퇴궐하라."라고 령을 내리면 우아하게 흔들던 부채를 내려놓고 짐을 싸야 한다.




고대 로마제국의 철학가 세네카가 한 명언이 있다.


"인간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사람도 강물도 모두 이미 변했기 때문이다."


강물은 이미 흘러갔기 때문에 내가 어제 담갔던 그 물이 아닐 것이며, 나 역시 어제와 오늘의 마음이 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좋은 사람은 박제된 동물이 아니다. 시절 연애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누군가의 마음에 감정과 인생을 걸지 말라. 당신은 <영원히> 한결같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어쩌면 매일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