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우리나라가 선진국이었네

2023.7.2.

by 하얀밤


"소매치기 조심!"


소매치라는 영화에서나 보던 것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나 이탈리아가 심하다고 한다.


"샤워기 필터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태국에 갔을 때 샤워기 헤드에 끼워둔 필터가

하루 만에 누레진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석회수라는 유럽의 물도 적응하기 만만치 않다던데

이젠 여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화장실도 유료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패키지여행이라

화장실도 걱정이 된다.

아들은 일본 여행 중 지하철역 갈 때마다 화장실을 찾았다.

중요한 순간에 똥 마려워하는 게 아이들이다.

유료일 뿐만 아니라 위생 상태도 좋지 않다 하니

이 또한 걱정이 된다.


"물은 무조건 생수를 사서 마셔야지."

일본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항상 물을 사서 마셨다.

(일본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게 맞긴 한 건지)

여름이라 증이 많이 날 테니 각자 가방에 물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그 가방은 도난에도 대비해야 한다.



유럽에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 우리 엄마.

엄마의 칠순을 맞아 자식들이 서유럽 패키지여행을 계획 중이다.

노약자가 함께 하는 여행이라 패키지를 선택했다.

자유 여행도 아닌데 준비할 게 뭐 있겠어, 하며

느긋하게 몇 달을 보냈다.

서유럽은 선진국니 분명 배울 점도 많고

좋은 점도 많을 것 같아 설던 건 덤.


나,

그 느긋함과 설렘이

준비를 하면 할수록 하나 둘 무너진다.


여행 준비 쇼핑 리스트에

도난 방지 가방, 휴대폰 도난 방지 스트랩,

캐리어 도난방지 와이어줄, 자물쇠,

동전지갑 도난방지 스트랩 같은 것들을,

샤워기 필터 같은 것들을 담으면서


이 돈 주고 이렇게 불편한 곳에 가야 하나?

내가 지금 선진국에 가는 게 맞는 건가?

유럽이 선진국이 맞긴 맞는 건가?

의문이 늘어간다.


깨끗한 물,

안전이 보장되는 치안,

위생적이고 너그러운 화장실 문화.

편리한 신용 카드 사용환경 등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우리나라의 좋은 여건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준비를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느끼게 된다.


입버릇처럼 찾던 선진국은 바로

우리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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