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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Jun 06. 2023

삐뚤삐뚤 간호사

고객친절상을 받다

고객 친절상을 받은 적이 있다

강단에 올라가 직접 수여받는


1~2년 차 그때의 나는 꽤나 지쳐있었고 친구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려고 공항에 가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병원이라는 말에 바로 '아 절대 출근 못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후 나오는 말은 고객 칭찬글이 올라와 상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정말 놀랐다.

그리고는 내용을 들어보니 나이트 근무할 때 장루를 가지고 있던 할아버지께서 밤에 혼자 장루를 가는 것에 애를 먹고 계셨다. 사실 나는 그전에 장루 관리법이 궁금해서 유튜브에 찾아서 봤었지만 직접은 보지 못햅 호기심반 도움 주는 것 반으로 옆에서 차근차근 닦아내고 장루크기에 맞게 잘라서 공기를 빼고 접고 하면서 도와드렸다. 오히려 배움을 받았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그전에 장루 공부를 하지 않았었다면 호기심도 없었을 것이며 배웠다고 생각 안 할지도 모른다. 또한 어떻게 도와드리지를 못했을 수도 있다. 옆에서 모르는 척 도와드렸지만 사실 유튜브에서 한 번 본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고 실전에 적용할 수 있어 나는 오히려 좋았다.


할아버지는 거듭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이름이 뭐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대충 말씀드렸는데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잘 못 적어서 그렇게 고객칭찬글을 올려주셨지만 그런 이름은 나밖에 없어 상이 내게로 왔다. 나는 사실 공부했던 걸 실습하는 듯 도와드린 것이었고 오히려 내게 더 도움이 되었던 기억인데 환자분이 그렇게 도와주신 것에 칭찬글을 써주셔서 부끄러우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중환자실에 헬퍼 잠깐 단기간 도와주러 갔을 때도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은 모르는 장루 관리법을 알아 의식이 없는 환자의 장루를 긴급 조치정도는 할 수 있어 참 도움이 되었었다.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배워놓으면 역시 쓸만한 게 지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외에도 소변줄을 가지고 퇴원하는 사람에게 레그백이라는 소변백을 가지고 퇴원하라는 말이 있었다. 내과였던 나는 비뇨기과에서 사용하는 그런 물건을 처음 보았고 환자분도 처음 사용해서 가는 경우였다.


그것은 특이하게 허벅지에 고정하는 방법이었다. 고정 그까짓 거 보이는 대로 하는 줄 알고 생각하고 갔지만 막상 해보니 모르겠어서 환자 앞에서 유튜브를 틀어놓고 둘이서 그 영상을 보면서 "아아~ 이걸 여기에!!" 이러면서 뿌듯하게 착용하고 나니 둘 다 얼굴에 뿌듯함이 있었던 것 같다. 아저씨도 고맙다고 연신 말하며 퇴원하셨는데 제가 더 고마웠던 건 아실지...



삐뚤한 간호사인 나는 가끔은 친절해 보이기도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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