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는 우울증 약을 한 달 반 전부터 드시게 되셨다.
어머니는 한참을 힘들어하시다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보는 게 좋다는 주변의 조언에 약 한 달 반 전 아침에 활력을 얻는 약을 받아 드시게 되셨다
그리고 한 달을 먹고 다음 병원 가는 날 병원에 가서 활력이 있어서 울지도 않고 좋긴 한데 머리도 아프고 잠도 안 온다는 이야기로 상담하시고 자기 전 약으로 바꿔 약을 타서 오셨다
그런데 어머니가 오늘 갑자기 죽기 전에 수술을 안 할 수 있는 걸 유언으로 하면 수술을 안 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어머니께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거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한참을 아니라고 하시다
내가 '그런 것은 조금 위험한 생각이고 잘 봐야 하는 사람이고 누가 그렇게 혹시 말하냐'라고 계속 묻자 어머니가 눈시울을 붉히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요새 이상한 생각이 자꾸 드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봤고
'차에서도 곧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고 밤에도 잠이 안 온다, 붕 뜨는 것 같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그렇다' 하셨다
그래서 순간 이 약을 끊어야 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전에 남은 활력을 주던 아침 약과 자기 전약을 자기 전에 다 드신 것이었다..
아침 약은 깨워주는 약이라 밤에 먹으면 잠이 안 왔을 테고
그렇게 되면 아침에 멍하고 붕 뜨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았다
약을 이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
아침 약을 아침에 안 먹으니 그냥 자기 전에 몽땅 드시고 그래도 잠이 안 오니 간지럽지 않게 하는 항히스타민제 약을 추가로 자기 전에 더 드시고 계셨다.
어머니께 다시 그 아침 약을 거둬오고
약을 제대로 설명드렸다
나이가 드시면서 드시는 약이 하나 둘 늘었고
당연히 알아서 챙겨 드실 거라고 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어머니는 사소한 일도 잘 까먹으시고
치매가 아닌가 걱정하시며 치매보험도 드시고
그러면서도 가족 맛있는 것 있어도 항상 양보하시는
내 제일 소중한 어머니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만약
무슨 소리야 하고 그냥 넘어갔다면 발견 못했을 순간이었다
책에서 가끔 부모님에게 안부인사 하나 꼭 하라던 글이
전화해서 식사 생각보다 잘 안 하시는 우리 부모님에게 식사는 잘하셨는지
약은 어떻게 드셨는지
꼬박꼬박 잘 드시는지 물어보라는 글이
이제야 조금 와닿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