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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Aug 29. 2023

웃을 줄 아는 사람


속담에 있잖아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요.

저는 잘 웃는 사람이기도 한데 웃지 않는 사람이기도 해요.

좋고 싫은 게 분명해서 좋은 사람에겐 잘 웃지만 반대일 땐 웃어 보이는 행동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웃지 않고 있을 때마다 늘 화가 나있는 건 아니에요.


종종 이런 오해를 받습니다.

까다롭다, 까탈스럽다, 예민하다, 퉁명스럽다고요. 메타인지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이라 제가 제일 잘 압니다. 오해였길 바라지만 혼자 먹으려고 아껴두었던 사탕을 들킨 것 같아 저런 말을 들을 때면 메타인지가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상대방과 오랜 기간 신뢰가 쌓였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평생을 함께 산 가족에게서 '넌 여전히 까다로워'라고 들었을 때와 사회적 관계로 만난 사람이 '까다로운 편이죠?'또는 '좀 웃어봐요. 화난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을 때 받아들임은 어느 쪽이 편할까요? 둘 다 기분 좋은 칭찬은 아니라서 안 듣고 싶은 말이긴 하지만 저라면 가족한테 듣는 말이 차라리 나은 것 같아요.


 사회적 관계로 만난 사람과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연애하는 것처럼 서로의 사계절을 올곧이 겪어보지 않은 사이에선 저런 말은 보통 건네지 않는 것도 매너라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이는 상대방 모습이 행여 나와 맞지 않고 눈에 보이는 안 좋은 점이 있더라도 저라면 당장 고쳐질 문제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볼 인연이 아니라면 굳이 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괜히 얘기해서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지적받은 당사자의 기분을 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솔직한 게 내가 가진 장점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적이 있어요.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면 되는데 다른 것을 콕 집어 얘기하곤 했거든요. 내가 얘기했으니 저 사람은 바뀔 거라는 착각. 그 착각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죠.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잖아요. 자주 열리는 지갑 때문에 꼬이는 것도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지만 누구든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요. 나를 보면 웃을 수 있는 사람, 나를 보면 마음을 내보여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요. 나도 상대방에게 웃어 보이는 여유와 퉁명스럽지 않은 말투를 가져야겠어요. 싫다고 바로 표정에서 드러났던 못남을 고쳐야겠어요. 누구든 배울 점은 하나씩 다 있기 마련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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