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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 2019
행복한 학급 만들기 캠프
모모쌤과 열쇰삼촌의 콜라보
동성중학교 1학년 교실행복한 학급 만들기 캠프
혜화동에 있는 동성중학교는 해마다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행복한 학급 만들기’ 캠프를 진행합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학교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심야 영화를 본 뒤 텐트에서 합숙을 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조기 축구를 하고 선생님이 만들어주시는 국수를 먹고 퇴근합니다. 얼마나 멋진 학교인가요! 작년에는 MBTI의 아동 청소년 버전인 CATi를 실시하고 유형별 그룹 활동을 했답니다. 청소년들의 성격유형은 주로 ESTP ESFP ENTP ENFP 쪽으로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의 유형을 찾아가는 성장 과정에 있기 때문에, 1학년 부장님과 상의해서 반 친구들과 친해지려면 무조건 신나게 놀아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놀이 활동과 독서치료를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수정했습니다.
모모쌤과 열쇠삼촌의 콜라보
저와 함께 참여한 강사는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에서 오랫동안 메아리학교 캠프를 진행하신 한기철 선생님이에요. ‘놀이지기 열쇠삼촌’이라는 별명을 쓰고 계신데, 우리 가족과는 10년 이상 알고 지낸 교회 친구랍니다. 제 프로그램의 주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 숨어 있는 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열쇠삼촌은 “신나게 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 였어요.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가 느끼고 반성한 것이 있어 남겨보려고 합니다.
뻐꾸기 둥지 “내 이름을 불러도 좋아.”
열쇠 삼촌은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철이’나 ‘열쇠삼촌’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하자 학생들이 웃으면서 한 번씩 불러보더군요. 눈높이에 맞춰 편안하게 다가가는 삼촌이나 형님 같았습니다. 제 소개를 ‘모모쌤’이라고 했을 때는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안타깝게도 모모귀신을 먼저 말하더군요. ㅠㅠ 운동장에서 선생님들이 구워주신 고기를 잔뜩 먹고 들어온 친구들도 (멀쩡하게) 집중을 하며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우리는 오늘 캠프에서의 규칙을 말해주었어요.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기, 많이 웃고 행복한 시간 보내기!
가위바위보로 자세 낮추기“얘들아, 삼촌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겠니?”
열쇠삼촌은 자신의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다가섭니다. 가족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몽골에 가서 그곳 아이들을 만나며 울고 웃던 경험담을 간단하게 풀어냅니다. 학대가정 청소년들과의 캠프를 소개하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신나게 놀 수 있는 우리 친구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도 역시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더군요. 저는 마블의 타노스와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등을 보여주며 감정에 대한 주제로 들어갔습니다. 정서활동지를 작성할 때 산만해지는 학생들에게 가만히 다가가서 관심을 기울여주는 열쇠삼촌 덕분에 저도 그 과정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었어요.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핸드폰 호텔’에서 자신의 분신을 꺼내어 게임을 하고, 마냥 떠들고 산만한 중1이지만, 수업 시간에 나눈 친구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얘들아, 삼촌이 얘기해도 되겠니?”
중학교 1학년 교실은 [가오갤 2]에 나오는 로켓 라쿤, 그루트, 스타로드를 모아놓은 곳처럼 들썩거립니다. 잠시라도 틈을 보이면 바로 “어머니!” 하면서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캄자 캄자 대홍단 캄자~”하면서 요즘 유행이라는 북한 노래를 불러 댑니다. 아이고... 그럴 때 저는 “얘들아, 쉿! 잠시만 조용히 해 볼래?” 하면서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하려 했는데 소용이 없었어요. 열쇠삼촌은 조용히 “얘들아, 삼촌이 얘기해도 되겠니?”하면서 기다려 주더군요. 여기저기서 조용히 하자고 꽥꽥 소리를 지르고는 우리를 바라봅니다.
1반 친구의 감동소감"정신질환도 예방할 수 있어요!"
학생들은 열쇠삼촌이 준비한 놀이 활동을 신나게 즐겼어요. 둘씩 짝지어 이야기하는 [40문 40답], 테이프로 인사하기, 낮은 자세로 인사하기 등이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고 칠판에 붙여진 소감문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오늘 하루가 정말 기쁘고 좋았다. 정신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 안드로메다에도 자주 다녀오는 중1 친구들의 활동 소감이라 더욱 반갑고 감사했어요. 우리 친구들을 존중하며 다가가면, 마음을 활짝 연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선생님 표 국수는 먹어야 맛이지 말입니다!
작년에는 동성중의 한 선생님이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주셨는데, 우리 수업이 끝난 다음 날 아침에 국수를 만들어 주셨다고 해요. 아! 다음 주에는 우리도 맛볼 수 있습니다. 모모쌤과 열쇠삼촌의 행복한 학급 만들기 캠프!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
저는 열쇠삼촌과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과정에 충실할 수 있었고
신나게 웃었으며
애써 하지 않아도 되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