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준비하며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여행에 대한 내용을 기록할 공간이 필요했고, 여행을 마친 후 재취업할 때 내세울 결과물(일종의 증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계여행에 대한 내용을 세세히 남기자!는 의미로 블로그 이름을 ‘구구절절한 세계여행’(현재는 다른 이름으로 변경했다)으로 지었다. 스스로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기록했는데, 국가별 맞아야 할 예방접종 리스트부터 보건소로 가는 길, 병원별 가격 등 사소한 것까지 빼놓지 않고 남겼을 정도였다.
블로그의 방문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세계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여행 계획부터 여행지 추천이나 코스는 물론, 해외 비행기 예매 방법까지 묻는 사람도 생겼다. 정보를 요구하는 질문들이 많아지다 보니, 블로그 글은 처음 의도했던 기록이 아닌 정보성 콘텐츠에 집중하게 되었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어떤 버튼을 눌러야 예약이 진행된다거나, '여행 코스는 2박 3일로 여기-저기-거기 등을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와 같은 형식으로.
여행을 마치면서 블로그 운영도 마침표를 찍었다. 더 이상 전달해줄 정보가 없는 것도 있지만, 새로 오픈한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블로그와 브런치의 차이.
닮은 듯 다른 두 채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재 회사 블로그와 브런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의 유입 경로’다.
궁금한 것은 녹색 창에 검색해보라던 네이버는 현재까지도 모르는 것을 찾아주는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용자 역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으로 블로그를 방문한다. 여행에 대한 기록을 담을 계획이었지만 글을 읽어준 많은 방문자들이 정보를 원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때는 ‘최적화 검색’이 자신의 콘텐츠를 상위에 노출시키고 싶어 하는 수많은 마케터와 블로거를 괴롭혔지만, 지금은 검색어와의 관련성과 체류시간, 인기도 등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노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검색어에 필요한 정보에 맞춰서 콘텐츠를 작성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슬로건으로 세상에 나온 만큼, 글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정보성이 높은 글도 있지만, 관심사에 맞는 작가의 경험이나 생각이 담긴 글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장점.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 형식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브런치의 매력이다.
전략적 글쓰기.
글을 쓴 작가 입장에서 본인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바랄 것이다. 두 채널을 동시에 운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브런치에만 글을 써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글의 주제와 내용이 어느 채널에 더 적합한지 파악하고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여행이 끝나면서 시의성이 중요한 '정보'가 아닌 여행지에서 느꼈던 '개인의 감정'이나 '에피소드'에 맞춘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나만 얘기할 수 있는 조금 사적인 이야기. 그것이 내가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옮겨온 이유다.
Q. 당신의 글은 어떤 채널이 더 어울리나요?
다음 매거진의 글은 공심 작가님의 <당신이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답은 이 글에 있으니, 공심 작가님의 글을 놓치지 마세요! 6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매일 쓰다 보니 작가》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