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글을 쓰는데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좋았다’라고 적은 경험이 있다. 더 자세히, 글로 그때의 감동이 전해지도록 쓰고 싶었지만 표현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때 썼던 문장은 “…. 태어나 처음 본 빙하. 빙하에 올라갈 수 있어서 좋았다.”였다.
이 문장을 지적하는 아내에게 “그럼 좋은 걸 좋다.라고 표현하지, 어떻게 표현하라는 거야?”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좋다’라는 표현은 정말 게으른 표현이라는 것을.
한 번은 친한 에디터 친구와 함께 글을 쓴 적이 있다. 같은 곳을 방문해 같은 설명을 들었는데, 후에 우리 둘의 표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오늘 하루치, 내 몫의 바다'라고 표현했다.
“와. 어떻게 해야 너처럼 표현을 잘할 수 있을까? 나도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글을 써보고 싶어.”
“넌 너무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어. 다른 사람을 관찰해봐. 그의 행동, 성격, 옷 하나하나가 다 묘사가 될 테니까.”
풍경 묘사를 얘기하는데, 뜬금없는 성격 지적이었다. ‘글쓰기에 웬 성격 지적? 잘 쓰면 잘 쓰는 거지. 왜 남의 성격으로 뭐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따지지 않고 조금 더 경청했다.
“그리고 평소에도 ‘아무거나’, ‘그냥’ 이런 거 말고 조금 더 표현하도록 노력해봐. 넌 그게 더 필요한 거 같아.”
기분은 언짢았지만, 친구 말이 틀리진 않았다. 모임에서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누면 꼭 한 번은 ‘아~역시 경상도 남자라 그런지 무뚝뚝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니.
글도, 성격도 바꾸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다.
친구의 조언대로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영어로 묘사하는 토익 스피킹 시험처럼 생활의 한 부분을 관찰하고 문장으로 만들어 보았다. 처음 시작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책을 보고 있다.’라는 한 문장이지만, 점차 ‘나와 마주 본 남자는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옷차림은 정장으로 말끔하게 차려입었고, 넥타이는 그레이톤으로 과하지 않게 스타일링했다. 회사를 상징하는 배지를 하고 있는 걸로 봐선 출근길인 듯하다.’로 문장 수를 늘렸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에서 랜선 수다쟁이로.
최근 회사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채팅방을 따로 만들었다. 에디터와 마케터가 속한 채팅방으로 말장난이 주 내용이지만, 유익한 내용이 많다. ‘이번 프로모션 카피를 쓰고 싶은데, 뭐 재밌는 거 없을까?’라는 주제가 던져지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장난을 가감 없이 내뱉는다. “곽철용이 요즘 인기 있으니, ‘화란아 나도 쿠폰이 있다.’나 ‘정답 묻고 더블로 가!’는 어떤가요?” 하루를 시작하는 인사로 대화를 시작했다가 내일 보자는 말로 하루의 대화를 마무리한다. 가끔 낯 뜨거워질 정도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SNS에서 유행하는 표현이나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표현을 따로 기록해 둘 정도로 유익한 내용도 많다.
친구의 말처럼 글쓰기와 성격이 분명 연관이 있음을 느낀다. 글쓰기의 주체나 관점, 표현에 있어서 한계가 느껴진다면, 성격과 연결해보는 건 어떨까?
Q. 성격 외에 글쓰기와 관련된 다른 요소를 찾은 게 있나요?
다음 매거진의 글은 공심 작가님의 <두꺼운 책 이제 그만 가지고 다닙시다.>입니다. 읽고 싶은 책이 무겁다면, 가지고 다니기 너무 힘들죠. 읽고 싶지만 가지고 다니기 무거운 책. 공심 작가님의 방법을 따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6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매일 쓰다 보니 작가》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