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브라제 Mar 12. 2022

며느리의 한이 담긴 귀신 ‘쪽박귀’

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야기의 단골 소재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죠. 바로 시집살이입니다.


21세기인 현재도 가장 어려운 사이가 *고부관계라 불리는데, 여성인권이 낮았던 옛날에는 며느리들이 얼마나 심한 시집살이를 당했는지, 하루하루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한(恨) 들이 모여 민담이나 설화로도 전해져 왔는데요.

 

시집살이의 한을 품고 귀신이 된 며느리들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부 :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



재미를 위해 내용을 각색하였습니다.


아주 먼 옛날, 어느 집에 참한 여인이 시집을 왔습니다. 그 여인은 남편과 시부모를 열심히 모시며, 아내로서의 내조와 며느리로서의 효를 다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여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찌 저렇게 참한 여인을 며느리로 들였을까, 참 복도 많지.”


“집에 사람이 잘 들어와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던데, 저 가족들은 앞으로 좋은 일 만 있겠구려.”



하지만 여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니, 잡초를 뽑고, 마당을 쓸어 놓으라 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대로인 것이냐? 시어미가 한 말이 말 같지 않은 게야?”


“죄송합니다… 서방님과 어머님, 아버님의 세숫물을 준비하고 바로 아침을 준비하느라 마당을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디서 시어미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이냐, 농땡이를 부렸으면서 핑계를 대기는… 너희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던?”


“죄송합니다 어머니… 지금 바로 쓸어놓겠습니다.”


“저런 미련한 것이 집에 들어와서 우리 아들의 앞길이나 막을까 걱정이구나, 내 너의 예절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겠다. 오늘 집 대청소를 해 놓거라. 큰방, 작은방, 손님방, 헛간 할 것 없이 모두 깨끗이 치워놓고 *미시에 귀한 손님들이 오시기로 하였으니 상차림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거라.”


(*미시 : 오후 1시 ~ 3시)


“어… 어머니… 대청소에 상차림까지 미시 안에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어디서 말대꾸냐! 집에 먼지 한 톨이라도 있거나 상차림이 변변치 않거든 아주 혼이 날 줄 알거라. 반드시,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말고 너 혼자 해야 한다!”



며느리 혼자서 집을 청소하고, 많은 손님들을 대접할 음식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손님의 음식을 간단히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님들이 돌아간 후, 시어머니와 남편은 여인에게 불같이 화를 내었습니다.


“내 너에게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상차림에 신경을 쓰라 했거늘, 어찌 이리 변변치 않은 게야?”


“부인에게 참으로 실망을 했소. 어찌 손님에게  이런 대접을 할 수가 있지?”


“죄송합니다 어머님, 서방님… 상차림이 간소하다 하였어도 손님들께서 만족해하셨습니다. 그러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노여워하게 했으면서, 노여워하지 말라? 넌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길래 손님상 하나 제대로 차리지 못한 것이냐?”


“어머니께서 대청소를 하라 말씀하셔서… 요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어허! 부인! 어디서 그런 말을 하시오! 그래서 지금 모두 내 어머니 탓이다,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이오?”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아이고! 아드님! 내 며늘 아이에게 이런 대접을 받고 삽니다. 흑흑…”


“어머니 진정하세요. 부인! 뭐하시오! 지금 당장 어머니께 사과드리지 않고!”


“어머니… 잘못했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세요..”


여인은 너무나 슬펐습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밥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일만 하였는데 돌아오는 것은 불호령이었죠. 슬픈 와중에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나자, 일단 허기진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부엌으로 들어가 솥에 얼마 남지 않는 누룽지를 긁어먹었습니다.


“지금 뭐하는 게야!”


갑자기 뒤에서 시어머니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머니…!”


“반성하고 있으라 했는데, 몰래 밥을 먹고 있어?!”


“어… 어머니 그게 아니라…”


“또, 또 거짓말! 지금 먹고 있는 모습을 나에게 들켰으면서 어찌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네 배에는 거지가 들어있나 보구나, 이 와중에도 밥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내 오늘 너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아야겠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가두고는 밥을 일절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여인은 결국 굶어 죽었습니다.


하지만 여인의 한은 너무 깊어서 성불하지 못하고 밤마다 시댁 마당에 나타나 쪽박 구우——-, 쪽박 구우—— 라고 울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이 귀신을 보고는 “쪽박귀” 또는 “쪽박 귀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소쩍새’와 ‘꽃며느리밥풀’이라는 꽃에 대한 전설입니다. 이 전설들도 차례대로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쩍새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 새댁이 시부모와 남편의 밥상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오더니, 앞으로는 작은 솥에다만 밥을 지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솥이 작다 보니, 시부모와 남편의 밥을 차리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새로 지으려고 하면, 시어머니는 너 하나 먹으려고 또 밥을 짓냐며 쌀이 아깝다고 구박을 하였죠.


사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을 먹는 것조차 재산을 축낸다고 생각해서 먹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작은 솥에다 밥을 지으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밥을 먹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며느리는 굶어 죽고 말았고, 억울한 마음에 이승을 떠날 수 없었던 그녀의 혼은 새로 변하였습니다. 그리고 솥이 적었다 하여  ‘소쩍’ ‘소쩍’하고 울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어서 다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마을에서 성격이 나쁘기로 유명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에게는 며느리가 있었는데, 며느리는 매일 시어머니의 화풀이와 시집살이에 시달려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불평불만 없이 정성껏 시어른을 모셨죠.


그런데 어느 날, 며느리는 밥이 잘 되었는지 몇 알 떠서 먹어보았는데, 시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는, 감히 아랫사람이, 윗사람이 먹기도 전에 음식을 입에 대었다고 부엌에서 끌고 나와 매질을 하였습니다. 너무 심하게 맞았는지 며느리는 그 뒤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며칠을 계속 앓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며느리가 묻힌 곳에 꽃들이 피어났던 것이죠.



꽃들을 살펴보니, 모두 꽃잎 아랫부분에 밥풀 모양의 무늬가 나 있었습니다. 이 소식이 온 마을에 퍼지자, 사람들은 밥을 몇 알 떠먹었다 맞아 죽은 며느리가 얼마나 애통했으면 저런 꽃이 피었냐며 매우 안타까워했고, 그 꽃을 ‘꽃며느리밥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여자를 모진 시어머니라 욕을 할 뿐만 아니라 상대도 하지 않았고, 이 사실이 사또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여자는 마을에서 추방을 당하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