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여든다섯 번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아들 셋을 둔 부부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돈이 많은 부자에, 아들이 셋이나 있다며 모두 부러워했죠.
하지만 부부는 아들보다 딸을 원했기 때문에 별로 기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절에 가서 기도를 올렸습니다.
“제발 저희에게 딸을 주세요”
“어여쁜 딸을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이들의 지성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부인은 곧 늦둥이를 임신 했습니다. 부부는 기쁘면서도 불안했어요. 혹여 또 아들이 태어날까 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또다시 정성껏 기도를 했습니다.
“아들을 모두 데려가도 되니, 제발 딸이 태어나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재산을 내놓으라고 하면 재산을 내놓을 것이고,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을 테니, 제발 딸을 점지해 주세요”
그렇게 10달이 흘러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으애앵~”
“대감마님! 마님! 축하드립니다. 두 분을 꼭 빼닮은 어여쁜 아가씨입니다!”
부부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딸은 오빠들과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집안의 가축들이 하나둘 죽어가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절반이나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대감마님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전염병이 도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우리 집 가축들만 죽어나가는 거지?”
집안 하인들은 이것을 보고, 대감마님과 마님이 삼신할머니께 기도를 올린 것처럼 아가씨를 주신 대신에 재산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며 쑥덕 가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대감마님은 쑥덕거린 하인들을 모두 내쫓은 후, 바로 첫째 아들을 불렀습니다.
“오늘 밤새 외양간 앞에서 보초를 서 있거라.”
“예?”
“요즘 가축들이 죽어나가고 있지 않느냐, 반드시 그 이유를 알아내거라.”
첫째 아들은 외부인이 침입을 해서 저지른 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어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자정이 되었을 무렵, 갑자기 어린 여동생이 참기름을 들고 외양간에 나타났습니다. 첫째 아들은 늦은 시간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왔을까, 하는 의아함에 여동생을 부르려던 순간!
“헉!”
앞에 있는 광경을 보고 놀라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여동생이 손과 팔에 참기름을 듬뿍 바르고, 소의 항문에 집어넣더니, 간을 빼내는 것이었습니다. 소가 바들바들 떨면서 푹 꼬꾸라지는 모습에 첫째 아들은 공포심에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습니다.
근처에서 오빠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여동생은, 막 빼낸 소의 간을 아주 맛있게 뜯어먹고 있었죠.
다음날, 첫째 아들은 이 사실을 아버지께 모두 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분개하며, 아들을 크게 꾸짖었어요.
“가축이 죽은 이유를 알아 오랬더니, 감히 어린 누이를 모함을 해?”
“아버지! 제 말을 들어주세요. 진짜입니다. 동생을 불러다 확인을 해보세요!”
하지만 대감마님은 아직 어린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첫째의 말을 듣지 않고, 집에서 내쫓아 버린 후에 둘째에게 보초를 서게 했죠.
하지만 날이 밝자, 둘째 아들은 첫째 아들과 똑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대감마님은 크게 소리쳤습니다.
“네 형도 모자라 너까지 누이를 모함하는 것이냐? 꼴 보기 싫으니 당장 이 집에서 나가거라!”
뒤이어 셋째 아들에게 시켰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대감마님과 마님은 결국 아들들을 모두 내쫓고 막내딸과 셋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세 아들들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형님, 아버님과 어머님을 뵌 지 오래되었는데, 한번 찾아뵙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맞습니다. 비록 쫓겨난 처지 이지만, 어린 여동생과 부모님이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그래, 갈 길이 멀기는 하나, 이리 모인 김에 다 같이 가자꾸나."
아들들은 산을 넘는 도중, 너무 지친 나머지 잠시 쉬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신들도 모르게 잠이 들었죠.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희 가족은 이미 모두 죽었으니 가지 말거라. 괜히 너희들까지 화를 당할 수 있느니라.”
삼신 할머니가 아들들 앞에 나타나 말하였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씀 이십니까?”
아들들이 놀라 물었습니다.
“미안하구나, 여우의 농간에 너희들의 누이를 지키지 못했다.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여우에게 잡아 먹혔어. 너희와 함께 자란 이는, 누이의 탈을 쓴 여우다. 그 고얀 것이 너희들이 떠나자마자, 마을을 풍비박산 내었단다.”
“예???”
아들들은 여우에 의해 가족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삼신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우를 죽이기로 했죠. 세 아들들의 고집에, 삼신 할머니는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이 칠해진 세 개의 호리병을 주며 말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기거든 하나씩 던지거라, 나는 여우에 의해 힘이 약해져서 직접적으로는 도와줄 수 없으나, 이것이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아니다. 네 누이를 지키지 못한 나의 속죄이니 그럴 필요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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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은 잠에서 깨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삼색의 호리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같은 꿈을 꾼 것에 놀랐죠.
"형님, 어찌된 일일까요?"
“꿈이 아니었나 보다.”
세 아들은 삼신 할머니께서 주신 호리병을 들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고향에 도착했을 때,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마을은 큰 폭풍이 휩쓴 듯 폐허가 되어 있었고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때,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들이죠? 왜 이제야 오셨나요? 마을에 역병이 돌아서 저를 제외한 모두가 죽었습니다. 너무 외로웠어요… 흑흑..”
아들들은 여우의 가증스러운 눈물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정체를 안다는 것을 들켰다가 화를 당할 수 있으니, 여우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죠.
“오라버니들 어서 집으로 오세요. 제가 맛있는 음식을 차리겠습니다.”
여우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문 뒤에 몰래 숨어서 칼을 빼들고 지켜보았는데, 솥 안에 새빨간 덩어리들을 집어넣고 있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그것은... 사람들의 심장과 간이었어요.
“으아아악!”
아들들은 무서움에 비명을 지르고 집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여우는 본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괴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세 아들을 쫓아갔습니다.
“오라버니들~ 어디 가세요~ 저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시려는 겁니까? 킥킥…”
하지만 아들들은 여우의 속도에 이길 수 없었습니다. 곧 있으면 따라 잡힐 것 같다는 생각에, 셋째가 자신이 들고 있던 하얀색 호리병을 여우에게 던졌습니다. 그러자, 호리병에서 가시덩굴이 나와 여우의 몸을 감쌌습니다.
“흥! 겨우 이것으로 나를 묶어둘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여우는 비웃듯이 가시덤불을 쳐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둘째가 파란 호리병을 던졌더니, 여우 주위로 물이 차올랐고, 결국 물속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됐다! 이제 여우를 처치했어!”
하지만 여우는 물 위로 헤엄쳐 빠져나왔습니다. 첫째는 도망치는 도중,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제 빨간색 호리병 하나밖에 없는데,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모두 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죠.
그때 셋째가 여우에게 붙잡혔습니다.
“형님들! 도와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첫째는 다급함에 빨간색 호리병을 던지니, 여우의 몸에 불이 붙었습니다. 셋째는 그 틈을 타서, 형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어요.
“끼야 아악!”
결국 여우는 불길에 활활 타서 죽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리가 되자, 아들들은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주고, 삼신 할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 후, 형제들은 각각의 삶을 살게 되었어요.
셋째는 여우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속세를 떠나 절로 들어가서 스님이 되었고, 둘째는 예쁜 색시를 얻어 자식들을 낳아,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았고, 첫째는 가문을 다시 일으켜 정계에 나가 높은 벼슬을 받았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오늘 이야기는 제주도 민담인 여우누이입니다. 우리나라 민담에서 괴기스러운 이야기 중 하나로 꼽혀서, 이것으로 선택해 보았는데요, 여우누이는 책으로도 많이 나와서 아실 수도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지역마다 내용이 너무 달라서 재미를 위해 여러 내용을 섞어서 각색을 해보았답니다. 이번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라며, 다음 이야기 에서 뵙겠습니다.
(ps. 동화책에 들어갈 삽화처럼 신경써서 그리다보니, 생각보다 올리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랜시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