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마흔일곱번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오랜만에 괴담다운 괴담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들려드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귀 떼인 스님'이라고 불리는 *'미미치리보지'입니다.
일본 오키나와의 괴담으로 현지에서는 우는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로 정말 유명하다고 합니다. 귀를 베어간다니, 어린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러주었다는 것 자체가 무서우면서도 일본다운 것 같죠?
어른들이 아이가 너무 심하게 생떼를 부리며 울면, '미미치리보지는 우는 아이의 귀를 베어간단다. 자꾸 그렇게 울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너의 귀를 베어갈지도 몰라, '라고 말을 하면 아이들은 바로 울음을 멈추었다고 하네요,
(*みみきりぼうず : 일본 표준어로 정확히는 '미미 키리 보우즈'라고 읽지만, 오키나와에서 탄생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표준어와 제주도 방언에 차이가 있듯이 일본 표준어와 오키나와어의 차이로 인해 '미미치리보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미미치리보지를 이야기하려면, 잠깐 일본의 역사 이야기가 필요한데요, 우리나라 제주도가 옛날에 탐라국이었던 것처럼, 600년 전까지만 해도 오키나와는 일본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 국가였습니다. 바로, 류큐왕국이었죠, 하지만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현재의 오키나와가 되었다고 합니다.
미미치리보지는 일본에게 침략을 당하기 이전인 류큐왕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재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아주 조금 추가하였습니다.)
당시 쇼케이 왕이 류큐왕국을 다스리던 어느 날, '쿠루가니쟈시'라는 한 스님이 찾아오게 됩니다.
처음에는 외지인 이기 때문에 경계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키도 크고 잘생긴 외모와 함께 입담도 좋았기 때문에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죠,
쿠루가니쟈시는 그런 점을 이용을 하여 여자들을 *농락하고, 사람들을 회유하며 사기를 쳤고, 그렇게 부를 축적해 나갔습니다.
(*농락 :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놂)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나중에는 쇼케이 왕까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외지인이 감히 나의 나라의 물을 흐려 놓는구나!" 라며 매우 분노하고는 차탄 왕자를 불러 그를 없애버리라 명을 내립니다.
하지만 왕자는, 갑작스레 찾아가면 눈치를 채고 도망을 갈까 봐, 친해지고 싶다는 듯이 조심스레 다가가 "자네의 영민함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네. 나도 자네와 친분을 쌓고 싶은데, 자네는 어떠한가?"라고 물었고,
"저야 말로 영광입니다. 그럼 기념으로 술이나 한잔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야 좋지. 그런데 술만 먹고 헤어지기엔 너무 아쉬우니, 우리 바둑이나 한판 함세."
"좋습니다. 그럼 이왕 하는 김에 내기를 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내기?"
"예, 제가 이긴다면 왕자께서 가장 소중히 여기시는 것을 주셔야 합니다."
"그러지, 그럼 자네가 진다면?"
"제가 진다면, 제 두 귀를 왕자께 바치겠습니다."
그 말에 왕자는 '미련한 놈,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구나, 나야 너를 벨 구실이 생겨 좋지만, '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바둑은 시간이 흐를수록 왕자에게 유리해져 갔습니다.
쿠루가니쟈시는 '이런... 내가 이긴다면 왕자의 보물을 빼앗으려 했건만, 아무래도 무리겠군... 왕자가 이긴다고 한들, 설마 나의 귀를 베어가기나 하겠어?'라고 생각을 하고는 왕자를 바라보았는데, 왕자의 미소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습니다.
그제야 왕자가 찾아온 것이 친분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해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려던 순간...!
왕자는 그 자리에서 검을 빼내 그의 두 귀를 베어 버렸어요.
쿠루가니쟈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왕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온갖 저주를 퍼붓다가 결국 심한 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류큐왕국은 다시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하였지만... 차탄 왕자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차탄 왕자에게 아들이 태어날 때마다 바로 사망을 하였던 것이죠.
계속 아들들이 죽어나가자 왕자는 이 모든 것이 쿠루가니쟈시의 저주 때문이라 생각을 하였고, 그 후로 아들이 태어났을 때에는 "몸집이 큰 여자아이가 태어났구나!"라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 뒤로 왕자의 아들은 죽지 않고 살아 있냐고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끊겨버렸거든요. 쿠루가니쟈시의 원혼이 왕자의 말에 속아서 목숨을 빼앗지 않았거나, 아니면 눈치를 채서 아들들이 계속 죽어나갔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만 확실하지 않은 결말 때문에 조금 찝찝하긴 하네요.
미미치리보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그 자체는 끝나지 않았는데요,
이 스님의 이야기는 오키나와에서 민요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소름 돋는 것은 이것은 아이들을 재울 때 자장가로도 불린다고 하는데요...:::
이 자장가를 듣고는 아가들이 악몽을 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안 꿀지도 모르겠네요.)
이 민요, 자장가의 가사와 노래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사와 동영상은 나무 위키에서 참고하였습니다.)
大村御殿(うふむらうどぅん) ぬ角(かどぅ) なかい
우 후무라 우둔의 모퉁이에
耳切坊主(みみちりぼ ー じ) ぬ立っちょんど
미미치리보지가 서있네
幾人幾人(いくたい、いくたい)立っちょがや ー
몇 명 몇 명이 서 있나
三人四人(みっちゃい、よっちゃい)立ちょんど
세 명 네 명이 서 있네
鎌(いらな) ん小刀(し ー ぐ) ん持っちょんど
낫인가 작은 칼인가 들고서
泣ちゅる童(わらべ ー)耳グスグス
우는 아이 귀를 서걱서걱
ヘイヨーヘイヨー泣かんど ヘイヨーヘイヨー泣かんど
헤이요- 헤이요- 울지 마라 헤이요- 헤이요- 울지 마라
조금 더 공포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이 소름 돋는 자장가를 주무시기 전에 한번 더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꿈속에서 미미치리보지가 여러분을 찾아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