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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라제 Aug 31. 2022

끔찍한 도끼 살인, ‘리지 보든 사건’

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그럼 바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꺄아아악!


1892년 8월 4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집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청소를 하던 하녀 브리짓 설리번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브리짓은 그 광경을 보고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그곳엔 집주인인 앤드류 보든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으깨진 채로 죽어있었기 때문이죠. 비명을 질렀던 앤드류의 둘째 딸인 리지는 브리짓에게 어서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말합니다.



곧 경찰들이 찾아왔고 소란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앤드류의 집에 몰려들었습니다. 리지와 경찰은 그의 부인인 애비를 찾았는데, 그녀 역시 집 2층에서 머리가 끔찍하게 깨진 채로 발견됩니다. 이 처참한 사건은 온 마을에 퍼져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그런데 둘째 딸인 리지 보든이 용의자로 재판에 서자,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성격이 매우 악독해 이리저리 적을 만들고 다녔던 아버지와는 달리, 리지는 교회를 성실히 다니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사람들에게 인망이 두터웠기 때문입니다.



경찰 측에서 리지를 범인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외부의 침입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집안이 깨끗했기 때문에, 집 안에 있는 사람들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죠. 첫째 딸인 엠마는 사건 당시 친구의 집에 가 있는 상태였고, 존 모스 (애비의 남동생) 역시 밖에 있었어요. 하녀 브리짓은 창문을 닦고 있었다고 말한 것은 물론, 그 모습을 본 사람도 있었기에, 외출을 한 것도 아니고 집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입증하기 어려운 리지가 의심받기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헛간에서 쉬고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가, “부엌에 잠시 가 있었어요.”라고 했다가, “친구를 만나러 나갔었어요.”라는 등의 말을 여러 번 바꾸는 태도에 더욱 의심을 받게 되었고 수사 중, 한 약사가 얼마 전 리지가 청산가리를 사려고 했지만 거절했다.라고 이야기한 것에 이어, 러셀이라는 이웃이 그녀가 옷을 태우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을 하였죠. 



그리고 당시 리지와 부모의 관계는 최악이었어서 범행 동기가 충분했어요. 아버지는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이었지만, 돈을 쓰는데 정말 인색한 사람이었는데요.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해가지면 몇 안 되는 촛불로 어둡게 살아야 했으며, 수도도 사용을 못하게 하니, 물을 직접 길어다 써야 했고, 물건을 살 때도 하나하나 검사를 받아야 했죠. 그리고 돈이 든다는 이유로 엠마와 리지를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딸들이 결혼하는 것을 반대해서 자매는 30, 40대의 나이가 돼서도 홀로 지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부인이자, 그녀의 새어머니인 애비의 자식들에게는 집을 사 주거나, 용돈을 주기도 해서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의 많은 재산을 애비에게 빼앗길 거라는 생각에 새어머니와도 굉장히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라 자신에게 반항을 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죠. 순종적이었던 엠마와는 다르게 자기주장이 강했던 리지의 성격을 꺾기 위해, 손찌검을 하는 것은 물론, 딸이 헛간에서 애정을 주며 키웠던 비둘기들을 그녀가 보는 앞에서 도끼로 내려친 것도 모자라, 죽은 비둘기를 요리해 리지에게 먹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범인이라고 확신을 했던 것입니다.



리지는 자신이 옷을 태운 이유는 페인트가 묻어서 더 이상 입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고, 부모님을 살해했다는 것에 강력히 부인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찰 또한 그녀가 정황상 범인일 뿐, 정확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그녀가 정말 죽였다면, 옷에 피가 튀긴 자국이 남아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지만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그녀의 옷은 깨끗했어서 리지는 범인이 아닐 수 있다.”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경찰은 그것을 알고 알몸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그녀의 편이었습니다. 부잣집 딸로 태어났는데도 그것을 누려온 것이 아닌, 아버지의 학대를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에, 당시 가부장적인 남자들 사이에서 짓눌려 살았던 여성들은 리지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꼈고, 종교인들은 평소 행실이 좋고 신앙이 깊은 그녀가 그럴 리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뚜렷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나게 됩니다. (집 지하실에서 도끼 날을 발견해 조사를 해 보니, 앤드류와 애비의 머리에 찍힌 부분과 맞아떨어졌으나, 피는 모두 닦여져 있었고, 잡는 부분은 잘려 태워져 있었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자매는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을 받고 이름을 바꾼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으나, 워낙 유명한 사건이었던지라 신문을 통해 그녀의 얼굴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상태여서 리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중에는 그녀를 범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숙덕임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둘은 12년 정도 함께 살다가 크게 싸웠는데, 결국 엠마는 집을 떠나 동생과 절연하여 평생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았고, 리지는 그곳에서 사람들과 교류 없이 집 안에서 홀로 외로이 살다가 폐렴으로 인해 67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녀를 찾아와 명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쓸쓸히 차가운 바닥에 묻혔습니다.



19세기 미국에서 가장 처참한 살인이라 알려진 리지 보든 사건은,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을 찾지 못한 미제로 남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에서도 리지를 범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에서 리지가 부모를 죽인 것으로 나오고 있죠. 현재 그 집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숙박업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계의 무서운 장소로 선정되었고, 이곳에 실제 방문한 사람들의 말로는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가보셔서 직접 체험해 보시는 걸로…



아래는 당시 어린아이들이 이 끔찍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놀면서 불렀는데, 그 노래를 들려드리면서 이번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Lizzie Borden took an axe
리지 보든 도끼를 집어 들었어

Gave her mother forty whacks
엄마에게 40번 도끼질을 했지

When she saw what she had done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을 때

Gave Her father forty one
아빠에게 41번 도끼질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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