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아래 내용은 이전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앞 이야기를 먼저 읽고 와주세요.) 잔혹동화 3탄 (2)
재미를 위해 내용을 전체적으로 창작 + 각색하였습니다.
* 폭력적인 내용과 그림이 들어있으니, 감상하시는데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역시 오늘도 정말 훌륭하구나, 맛과 모양 모두 어디 흠잡을 것이 없어. 황후는 어떻소? 참 재능이 넘치는 남매이지 않소?”
“그렇습니다. 남매가 나란히 그 어렵다는 황실 시험을 모두 통과하여 폐하의 직속 제빵사로 발탁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도 항상 먹을 때마다 감탄하고 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황제 폐하, 황후 폐하.”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황실 소속 제빵사입니다. 자리에 맞게 실력 또한 매우 뛰어나, 황제와 황후의 입을 매번 즐겁게 해 주었죠. 하지만 그들은 자리에 어울리는 *인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인품 :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품격이나 됨됨이.)
“그레텔, 혹시 황제가 너한테 귀띔해 준 것은 없냐?”
“귀띔? 뭘?”
“이거 말이야. 이거,”
헨젤은 손가락으로 돈 모양을 만들며 물었습니다.
“아~ 보너스, 있을 리가 있겠냐, 웬만해선 없을걸?”
“하…. 이번에 받은 급료 거의 다 썼는데, 어디서 돈벼락 맞을 일 없나? 아니면 궁전에서 물건을 슬쩍해볼까? 값비싼 물건이 넘쳐나는 곳이라 한두 개 없어진다고 해도 모를 거 아냐.”
“그 많은 돈을 벌써 다 썼어? 황족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었다가 걸려서 사형당하지 말고, 차라리 마을 안에서 도둑질을 해, 찾아보면 꽤 쓸만한 물건이 있을 거야.”
남매는 신나게 떠들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을에 막 들어섰을 때, 어떤 제과점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새로 생긴 곳인가 보네? 우리도 한번 가볼까?”
“야, 격 떨어지게 무슨! 황실 제빵사가 저런 동네의 작은 제과점에 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헨젤은 궁금해하는 동생을 보며 혀를 찼습니다. 그레텔은 가보고 싶었지만 오빠의 말에 동감을 하여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얼마 후, 마을에는 새로운 제과점에 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자네, 새로 생긴 제과점에 가본 적 있나?”
“안 그래도 가볼 참이었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구먼,”
“어여쁜 처자가 홀로 운영을 하는데, 참 솜씨가 좋아.”
“예쁜 사람이 운영해서 인기가 많은 게 아니고?”
“에이, 그러면 남자 손님이 많겠지만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이 가더군,”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꼭 먹어 보게. 우리나라에서, 아니, 모든 나라를 통틀어서 그 여자보다 잘 만드는 사람은 없을 걸세.”
(*남녀노소 : 남자와 여자, 늙은이와 젊은이. 곧 모든 사람.)
헨젤과 그레텔은 소문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죠. 누가 뭐래도 황실 소속으로 있는 한, 자신들이 이 나라에서 최고의 제빵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조리실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을 때, 하녀들의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을에 새로 생긴 제과점 알지? 그곳 빵이야. 한번 먹어봐.”
“음~ 너무 맛있다. 빵은 너무 부드럽고 크림은 달콤하고… 역시 유명할 만하네.”
“그래서 오늘 잠시 외출하면서 잔뜩 사 왔어.”
“공주님께도 드렸어? 너 공주님 직속 하녀잖아. 이렇게 맛있는 걸 우리끼리만 먹기는 좀 그렇지 않아?”
“당연히 드렸지, 이런 디저트는 처음이라고, 황실 제빵사들이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으시다고 하시더라.”
“에이~ 거짓말. 설마 황실 제빵사보다 더 맛있기야 하겠어?”
“아니,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 정도로 맛있으셨나 봐.”
헨젤과 그레텔은 너무나 놀라고 화가 났습니다. 자기들이 힘들게 올라온 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죠. 그레텔은 오빠에게 소문의 빵집에 가서 직접 먹어보자고 하였습니다. 헨젤은 탐탁지 않았지만, 그레텔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빵을 집어 구매를 한 후, 한입 먹어보았는데…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자신들을 뛰어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황궁으로 돌아온 뒤, 헨젤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곧, 눈은 가늘게 뜨고는 동생에게 조용히 말했어요.
“그레텔, 우리가 쫓겨나기 전에 먼저 수를 쓰는 거야.”
“수?”
“이대로 있다간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어. 공주까지 그곳 디저트를 먹어보았으니, 머지않아 황제와 황후의 귀에까지 들어갈 거야. 하지만 우리가 저 여자의 레시피를 뺏는다면?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부를 누리게 되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헨젤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음날, 헨젤은 다시 그 제과점에 들러, 빵 몇 가지를 들고는, 주인 아가씨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소문을 듣고 와 보았는데 정말 맛있네요. 최고의 제빵사라고 불릴 만해요.”
“최고의 제빵사라니요. 아직 많이 부족한 솜씨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료를 사러 나갔다가 창밖에서 우연히 그 모습을 본 그레텔은, 오빠가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러자 헨젤은,
“오늘은 여기까지야,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수상해 보이잖아.”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아가씨가 운영하는 제과점에 들렀고, 둘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사랑스러운 연인과 다름없을 정도로 둘은 서로에게 너무나 다정했습니다.
그레텔은 점점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빠는 저 여자의 레시피를 빼앗으려고 다가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신의 자리도 모자라 오빠까지 빼앗기겠다는 위화감이 들었죠. 하지만 헨젤이 나름 계획한 것이 있을테니 믿어보자는 마음에, 제과점 아가씨를 만나면 *사근거리며 친근하게 대했습니다.
(*사근거리다/대다 : 매우 다정하고 붙임성 있게 굴다. )
어느 날, 헨젤이 아가씨와 함께 빵을 만들던 도중,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이 만든 빵은 너무 맛있어,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야?”
“그렇게 궁금해? 요즘 계속 물어보는 것 같아.”
“아니.. 내가 황실 제빵사로 일하는거 알잖아, 황제폐하와 황후폐하께 좀 더 나은 빵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그렇지. 간단한 거라도 상관없어. 조금이라도 요령을 알려줬으면 하는데, 안될까?”
“매번 말하지만, 알려 줄 수 없어. 그럴수록 자신만의 비법을 만들고 연구를 해야지, 남이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것을 알려달라는 것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야.”
“도둑질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남이야? 연인이잖아.”
“우리가 처음 사귈 때 내가 말했던 거 기억 안 나? 그동안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 레시피를 노리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하니까, 넌 그때, 자기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그 사람들을 욕해주었잖아. 그런데 이제보니 너도 다를 바 없었네. 넌 다를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어.”
“뭐라고!?”
두 사람은 크게 싸웠고, 결국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그레텔은, 오빠를 믿은 자신에게 화가 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헨젤이 멍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빠, 그동안 시간만 버렸네, 그렇게 자신만만 하더니 뭐 했어? 이런 쓸모없는 계획인 줄도 모르고 내가 그 여자에게 얼마나 사근댔는지 알아?”
“그래도 아주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야. 그 여자가 금고에 레시피를 적은 종이를 넣는 것을 봤어. 그것만 빼앗아오면 돼,”
“굳이 번거롭게 빼앗을 필요가 있어? 그냥 죽이고 가져오면 되잖아. 그럼 일석이조 아니야? 라이벌도 없고, 레시피는 우리 손에 있고,”
“그래, 그렇지. 하지만 그냥 죽이진 않을 거야. 날 모독한 대가까지 치르게 할 거야.”
“그렇다면 사람들의 입을 빌려야겠네. 말은 아무런 무기 없이도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으니까.”
얼마 후,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들었어요? 젊은 처자가 운영하는 제과점의 빵을 먹고 몸에 이상이 생긴 사람이 늘어나고 있대요,”
“어머, 그럼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요. 누가 그러던데, 여자가 반죽에 이상한 약을 넣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요.”
“그럼 그렇게 맛있었던 이유가 그 이상한 약 때문이라는 건가? 이제 그곳은 무서워서 더 이상 못 가겠군, 그렇게까지 장사를 하고 싶을까.”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통하면 통할수록 점점 부풀려져 갔습니다.
“그 처자 말이야, 남자들을 이리저리 홀려 죽인 다음, 빵의 재료로 쓴다고 하더군,”
“그럴 줄 알았어… 제과점이 막 생겼을 때도, 그걸로 말이 많았잖아요. 남자 손님만 몰린다고요.”
“여자 혼자서 제과점을 운영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수상했어. 그러니 그 집 빵만 먹으면 탈이 난다는 말이 나오지.”
나중에는 여자가 마녀라며, 재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제과점 아가씨는 소문의 근원이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평판이 나빠진 상태에서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자,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황실 제빵사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렸다고 모함을 받아 큰 죄인이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죠. 아가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서워… 그냥 도망갈까? 그러다 잡히면? 그럼 내가 마녀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잖아, 아니야. 차라리 재판을 받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어.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자, 어차피 마녀로 몰려 죽든, 모함받아 죽든, 도망가다 잡혀 죽든 마찬가질 테니까, 겁먹지 말자.’
며칠 뒤, 재판이 열렸습니다. 아가씨는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으며 법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죠. 헨젤과 그레텔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비웃었습니다.
“그러게, 순순히 비법만 알려주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걸,”
수많은 욕설과 비난 속에서도 제과점 아가씨는 기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당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습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저는 무죄입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더욱 거세게 비난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빨리 저 마녀를 죽여야 한다며 분개를 하였죠. 아가씨는 다시 소리쳤습니다.
“그럼 여러분들께서 제가 죄인이라는 증거를 말해보세요! 제 빵을 먹고, 병을 얻으신 분들은 나와보세요! 저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의 유가족께서 나와보세요! 어서요!”
사람들은 자기 죄도 모르고 뻔뻔하게 나온다며 가증스럽다며 손가락질했습니다.
“저 마녀에게 당한 피해자는 어서 나오시오! 그리고 빨리 처벌합시다!”
하지만 나온 사람들을 보니, 모두 이 일과 관련이 없는 병이거나, 아픈 척하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아가씨는 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보세요!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거짓 소문을 믿고 죄 없는 사람을 모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판장님! 저는 무죄입니다.”
재판장도 그녀를 의심해서, 마을 사람들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보았지만, 모두 자신이 당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 건너 들었던 것이었고, 피해자라고 나온 사람들도 알코올 중독자 같은 사람들 뿐이라, 그녀를 처벌한 명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판결을 듣고 당황스러워했습니다. 거짓 소문으로 여자 한 명을 마녀로 몰아 화형 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죄로 풀려나니, 예상 밖의 일이었던 것이죠. 그들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습니다.
하지만… 제과점 아가씨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군중심리가 그렇듯, 마을 사람들은 무죄 판결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마녀의 능력으로 재판장을 홀렸거나, 피해자들이 저주에 씔까 겁을 먹고 사실대로 말을 못 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아가씨는 어쩔 수 없이 마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몰라, 최대한 마을에서 멀리 떠나자, 아예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이런 짓까지 벌였는데, 언젠가 날 찾아와 죽일지도 몰라.’
(*군중심리 :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에,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
아가씨는 간소한 짐을 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걷다 보니, 작은 오두막을 발견을 하였습니다.
똑 똑 똑
“계세요?”
똑 똑 똑
“아무도 안 계시나요?”
대답이 없자, 문고리를 당겨,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곳은 사람의 발길이 끊기지 꽤 오래돼 보였습니다.
‘이곳이라면 날 찾기 힘들 거야. 그런데 손을 볼 곳이 너무 많네, 며칠 동안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거 같아.”
최소한의 부분이라도 고쳐 생활을 하느라, 며칠 밤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허름한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디서 낯익은 목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여기 있는 줄 알았다면, 그 고생을 하며 찾아다니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까. 설마 우리가 어릴 적 살던 집에 들어와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아가씨는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이 헨젤과 그레텔이었기 때문이죠. 그녀는 벌떡 일어나 힘을 다해 그들을 밀치고 도망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딜 가?”
힘이 모두 빠진 상태라 제대로 도망치지 못하고 바로 헨젤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아가씨는 몸부림을 쳤으나, 건장한 청년인 헨젤에게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레텔은 둔기를 가져와, 그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절한 여자를 들쳐 업고 산을 내려와 그녀가 운영했던 제과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릴 원망하지 마, 모두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헨젤과 그레텔은 그녀를 *화덕에 넣고는 태워버렸습니다.
(*화덕 : 숯불을 피워 놓고 쓰게 만든 큰 화로. / 쇠붙이나 흙으로 아궁이처럼 만들어 솥을 걸고 쓰게 만든 물건.)
다음날, 마을은 난리가 났습니다. 한 사람이 화덕 안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까맣게 탄 채로 발견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제과점 앞에 모여 숙덕였습니다.
“저게 뭔 일이야… 누가 저런 끔찍한 짓을,”
“요즘 마을에서 계속 흉흉한 일만 생기는 것 같아.”
수사관들이 현장을 확인을 한 결과, 재 속에서 발견된 타다남은 소지품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이 소식은 빠르게 황제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황제는 조용히 부하를 불러 명을 내렸습니다.
“황실 제빵사, 아니, 헨젤과 그레텔을 나에게 데려오라,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왕의 우려와 다르게, 헨젤과 그레텔은 여자를 죽이고 난 뒤,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 준비를 하고는 길을 나섰습니다.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자, 남매는 그 사이로 들어가 “이렇게 비참하게 떠나 불쌍해서 어쩝니까…” 라며 슬피 울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마녀에게 속아 가까이 지냈던 것을 무서워 하긴 커녕, 슬피 울어준다며 너무 착한 마음씨를 지녔다면서 안탁까워 했죠.
사람들과 헤어진 후, 남매는 자신들의 연기에 속아넘어간 사람들이 바보같다면서 깔깔대고 웃으며 걸어갔습니다. 막 황궁에 도착을 했을때, 갑자기 군사들이 나타나 헨젤과 그레텔을 끌고 왕 앞으로 데려갔습니다.
“너희가 큰일을 벌였더구나.”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신지…”
남매는 덜덜 떨며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거짓말하지 말거라, 너희가 죽인 것을 모두 알고 있으니,”
“예…?”
남매는 놀라 물었습니다.
“공주에게 마을에 솜씨 좋은 제빵사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제빵사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추적을 해보니, 소문이 나기 전까지 네가 그 여자와 교제를 하였다고 하는구나”
“아니 옵니다. 폐하! 그 여자와 연인 사이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 일과는 무관합니다!”
헨젤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습니다. 뒤이어 그레텔도 말을 보탰습니다.
“맞습니다. 폐하, 너무 억울합니다!”
“내 분명, 거짓을 말하지 말라 하였는데?”
남매는 말없이 숨죽이며 떨고 있었습니다.
“나도 일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저, 마무리를 잘 하고 싶을 뿐이지, 너희들은 지금부터 더 이상 황실 소속 제빵사가 아니다. 그리고 가능한 빨리 이 나라를 떠나거라.”
“어째서…. 벌을 주시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어차피 마녀재판은 종교적 문제이니, 내가 아닌 교황의 소관이다. 괜히 그런 일로 황실에 타격을 입히고 싶지 않아. 그런데, 만약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어찌 될 것 같으냐, 황실 직속 제빵사가 자신의 전 연인을 불태웠다는 것을 알면, 네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으냐? 너희도 알다시피 사람들은 소문을 좋아하지. 점점 말이 보태지다 보면 황실에 해가 될 수 있을 거다. *짐에게까지 피해를 끼친 너희들을 엄벌에 처하고 싶으나, 황실의 미래를 위해 이번만 눈감아 줄 것이다.”
(*짐 : 임금이 자기를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감사합니다. 폐하! 정말 감사합니다!”
“너희를 죽이지 않은 것은, 괜한 소문을 더 만들고 싶지 않은 것뿐. 그러니 명심해라. 너희들이 이 나라로 다시 돌아온다면 그때는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헨젤과 그레텔은 궁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짐을 챙겨 다른 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으로 빵집을 차리고 나름 만족한 생활을 하며, 잘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