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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May 10. 2024

나이가 들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부모님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 부모님은 거의 잡숫지도 않고, 배고픔을 참으셨던 모습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골아도 우리 자식들에게는 절대로 굶게 하지 않으셨죠. 속을 썩이고 말썽을 부려도 좀처럼 내색을 안 하시고 웃으시며 참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는 화투에 대한 미련을 버리시지 못하고, 아파트 경로당에 가시어 10원짜리 화투를 치시고는 얼마가 안 되는 돈이라도 땄다고 자고 있는 제 머리맡 위에 놓고 주무시곤 했죠. 자식사랑이 깊었던 모습을 사는 동안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헤아릴 수 없는 일

왜 부모님 당신은 배곯이를 참으시며, 우리 자식들만 챙기셨는지, 지금은 이해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때는 조금만 화가 나도 참지 못하고, 잘 모시지 못하고, 맛난 거, 좋은 구경 못 해드렸는지 후회가 큽니다. 더욱이 관절이 부러져 10여 년 이상을 누워 계시는 동안, 좀 더 따뜻하게 말도 건네지 못하고 맛난 것 대접 못 해드렸습니다. 잡수시면 배설이 심하시다고. 지금 생각하면 나중에 치매까지 와서 살아 계시는 동안 방 안에 냄새가 역겨워 자주 들어가 다정한 말상대도 못했습니다. 얼마나 외롭고 당신 생애가 슬펐을까? 자식이라고 있으면 뭐 하냐고- 이제야 이해합니다. 아버지가 화투를 너무 좋아하시어 집안에 돈이 되는 것이 있으면 가져다가 노름 밑천을 하셨다는데 어머니 심정이 얼마나 찢어지시고 속상하셨을까? 그래도 부모님이 싸우시는 걸 본 기억이 없음이 이해할 수 없다.


나의 후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나의 소중한 아들- 그리고 며느리...

내 아들로 태어나서 고맙고, 우리 부부 며느리도 한 가족 되어 고맙다.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못 해준 것만 생각나는구나. 그래도 그 시간 속에 함께할 수 있다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란다. 모든 것들이 흘러 흘러 썩지 않듯이 우리 들의 삶의 여정도 계속 흘러가는 것이란다. 조금은 지난날을 후회하더라도 아직도 많이 남은 시간들을 위하여 쓰려무나. 베풀고, 감사하며 건강하게 주님을 모시고 기도하는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우리 부부 가족으로 만날 수 있게 전구 하신 주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기도드리며,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도 너희들을 위하여 기도드리마. 고맙다. 사는 동안 우리 부부 가슴속 깊이 모종 되듯 심어 있는 손주들. 가슴 어느 구석구석 담아도 담아도 소중한 우리 손주들. 어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렴. 엄마아빠는 너희들을 위하여 사는 보람을 찾고 있단다. 부디 고운 모습, 이쁜 모습 잃지 말고 효도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생각해 주렴. 무척 부족하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고. 너희들을 위한 소중한 마음은 하늘만큼 땅만큼- 어느 것에 비할 수 없는 우리 보물들...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어머니, 아버지도 그리 하셨나 보구나. 밝고 힘차고 건강하게 - 알았지?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나이가 들다 보니 조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 양보나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젊고 활동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생각이 많이 단순해졌습니다. 조금만 안 해주어도 서운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래도 아침마다 일어나 기도를 바칩 니다. 오늘도 좋은 날 주시고, 건강을 주시고, 가족들을 위하여 생각하는 시간도 주시고- 많은 좋은 님들을 생각하는 여유와 행복도 주시고-가끔 지난날을 생각해 봅니다. 주변에 세상을 떠난 친구, 부모님, 동료, 교우들... 살면서 그들을 위하여 잘해준 것이 없습니다. 부족하지만 지난날은 너무나 미안하기만 합니다. 왜 그렇게 옹졸하고, 아껴도 안 되어야 할 물질이나 마음도 베풀지 못하고 했는지 자신이 미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아내에게 말입니다. 미안하고 미안한 것뿐이에요. 잘해드린 것이 하나도 없는 듯합니다. 그래도 내 곁에 아내와 가족과 손주들까지 있음이 감사합니다.


나이 듦을 처음 느꼈던 순간

퇴직하고 지하철을 무상으로 이용할 때는 너무나 나 자신이 나이가 들고 허무하게 늙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생활하던 직장 동료들이 연락이 없어 외롭고, 그들도 무척 바쁘겠지만 전화로 모레 식사나 한 번 할까요? 언제 술 한 잔, 차 한 잔 할까요? 커피 한 잔 드시러 시간 내서 오세요? 하는 말 한마디가 그립다. 그들을 위하여 만일 그런 전화나 연락이 오더라도 폐가 될까 안 하겠지만, 말이라도 그리워지는 시간이 많다... 그들도 나중에 나와 같은 심정으로 생활하게 되리라는 점을 나도 예전에는 몰랐다. 선배, 나이 드신 윗분들께 죄송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이제 제대로 철이 들고, 나이가 듦이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아닌 조그마한 일에도 금방 마음이 우울해지고, 말수가 없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배워야 한다는 선조들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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