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게임으로..
밀란 쿤데라의 숨겨진 명작 단편소설
1. 분량
A4 용지 17장 분량, 2만 2천 자 분량의 단편소설이다. 단락장을 작가가 구분해 둔 소설이라, 작가의 의도대로 혹은 단락별로 끊어 읽기 좋았다.
2. 읽은 느낌
밀린 쿤데라의 더욱 탁월한 명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그 여운을 갖고 읽기 좋았다. 본 작품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존재의 가벼움을 채우기 위한 역할극이 돋보였다. 한편으로는 서로의 의도와 다르게, 혹은 의도했던 대로 남녀 간 서로 채우지 못한 존재로 마무리되어 찝찝했다.
3. 인상 깊은 구절이나 대목
단락장 4 :
{자신의 역할? 어떤 역할이 자신의 역할일까? 그것은 통속 소설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즉, 히치하이커 아가씨가 단순히 차를 타려고 차를 세운 것이 아니라 차를 모는 운전사를 유혹하려고 세웠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외모를 십분 활용한 매우 교묘한 유혹자라는 내용이다. 아가씨는 바로 이 통속 소설적인 유치한 유혹자의 역할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자신의 변신에 스스로 깜짝 놀랐고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낯선 운전사와 낯선 히치하이커 아가씨로서 함께 자동차를 타고 달렸다.}
남자, 여자 주인공의 여러 화법과 태도들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위 문단에서 밀란 쿤데라가 개입하며 설명하듯이 이 소설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부분이 인상 깊게 남았다. 작가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주기도 해서 좋았다.
4. 인물들이 겪는 사건 과정과 심리 변화 과정
평범한 연인사이에서 그저 단순한 놀이로 시작했던 일이 극단적으로 달려가고 있다. 특히, 네 번째 단락장에서 주인공들의 단순한 게임이 서로 기묘한 갈등을 만들고, 그것이 더욱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게임으로 가는 극단의 변화 과정으로 돌입하고 있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5. 소설 속 여주인공이 마지막에 흐느끼는 이유
소설 중반부 어느 순간부터 여자 주인공은 히치하이킹 역할을 하기 전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역할극 상황이 서로 돌이키지 못할 만큼 극단으로 치닫게 되고, 슬픔에 빠져버린 여자와 정신을 차린 남자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6. 살면서 내가 해보고 싶은 역할극이나 역할
외과의사 역할을 해보고 싶다. 원래 꿈이기도 했고 의학 드라마를 보면 그들의 삶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그 고달픈 모습조차도 내겐 매력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7.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에서 자신이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
춘향전의 변학도, 심청전의 심봉사, 흥부전에서는 놀부의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 고전 판소리계 소설 주인공의 평면적인 모습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고, 반주인공의 모습이 입체적이라서 매력적으로 보인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주인공이 좋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반주인공의 매력이 뒤늦게 보이는 성향도 반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