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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Nov 16. 2024

무료 걸레

한 번은 다른 플랫폼에 연재 중인 웹소설에 오래간만에 댓글이 달렸다.


‘내용이 너무 미지근해요.

쓰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모르나,

보는 사람은 힘든 글입니다.’


이 정도면 악플은 아니다.


그동안에 달린 수많은 악플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댓글에 어떠한 대댓글도 달지 않는다.

그 흔한 공지사항도 없다.


난 일방적인 작가였다.


물론 저 댓글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고작 3화까지 읽어놓고 저렇게 얘기하는 것이 우습다.

그만큼 웹소설 독자들은 성미가 급하다.


잘 나가는 애니메이션도,

잘 나가는 웹소설도,

스낵컬처라고 불리는 콘텐츠들은 처음부터 이야기가 폭발한다.


어느덧 74화까지 연재했다.

100화를 목표로 했지만,

목표를 초과할 것 같다.

그래도 150화 전에는 끝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 웹소설은 호흡이 길다.

처음에는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을 벤치마킹했다.

전문직의 특성을 살려서

업계에 대한 설명도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지루할 수 있다.

사실은 삶이 그렇지 않을까.

고단한 삶을 스낵컬처로 해소하려고 하는 마음은 이해 간다.


그래서 조금 읽어나가면

초능력, 사이비 종교, 폭행, 죽음 등

소설적인 장치도 넣었다.


쓰는 사람이 재밌다는 얘기에는 공감한다.

읽는 사람도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쓰는 재미를 추구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내가 재미있어야 계속 써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첫 독자라는 생각으로 써나가고 있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초고는 걸레라는 생각이다.

오픈 플랫폼에 많은 분량을 연재했지만,

걸레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유료는 아니다,

무료로 나눠주는 걸레다.


최근엔 같은 사람이 집필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에피소드를 써나가고 있다.


그제는 SF,

어제는 스릴러,

오늘은 심리물,

내일은 액션,

그다음 날은 에세이, 로맨스, 심리..


스스로 실험 중이다.

그렇게 재미를 느끼며 써나갔었다.





그리고 지금 난 아직도 그 실험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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