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8일째. 아침 7시 5분에 일어나 간만에 출근을 했다. 오늘도 여유롭게 가서 조직도를 살펴보고, 나를 받아줄 만한 팀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친한 선배와 같은 그룹에 있으면서 다른 팀에 있는 어느 과장님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쌀쌀맞은 반응만 돌아왔다. 윗선에 연락해보라는 소극적인 조언에 조금 실망했고, 윗선에는 문자도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 다음으로 다른 부장님에게 메신저를 보냈더니 답이 잘 와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내부 검토 후 상무님에게 메일만 보내면 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고, 메일은 다음 날 아침에 보내기로 했다. 조직이동이라는 것이 참 힘들게 느껴졌다. 낮에는 상담소를 찾아가 최근의 근황을 털어놓았고, 회의도 몇 시간 이어지면서 하루가 흘렀다.
출근 9일째. 아침 7시 6분에 알람에 맞춰 깨어났다. 아침 일찍 상무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중요한 이야기를 전했다. 간단하고 순조롭게 대화가 끝나 다행이었지만, 과연 그분이 메일을 보내줄지는 의문이었다. 이후 다른 부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가 가고 싶어 하는 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를 원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다른 팀들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 현재 겪고 있는 일에 대해 논의했지만 딱히 해답은 없었다. 독서로 걱정을 줄여보려 해도 어려운 책을 읽다가 오히려 내 이해력이 부족한 것만 같아 걱정이 늘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버티고 싶었다.
출근 10일째. 이제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뱄다. 계속 이렇게 꾸준히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은 잠시 기다려 보고 별 소식이 없으면 다른 팀에 메일을 보내볼 생각이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충격적인 메일을 확인했다. 어느 그룹에서 내 역량이 맞지 않는다는 회신이 왔다. 정신을 차리고 다른 과장님에게 메일을 보내고, 또 다른 팀도 수소문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계속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다. 어느 팀은 실패해서 또 다른 부장님이 있는 곳에 연락했다. 다시 좋은 소식이 오길 기대해보기로 했다. 중간에 지인을 만나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설명했지만, 그도 딱히 해줄 말이 없다는 듯했다. 퇴근 후에는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과거의 불합리한 역사를 다시금 되새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연봉이 줄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알렸고, 괜히 꺼낸 이야기 같아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내 상황을 솔직히 털어놓고 싶었다. 아내는 잘될 거라며 응원해줬고, 나도 잘 풀릴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출근 11일째. 전날 평일처럼 일찍 잠이 들어 푹 잤다. 주말이라 조금 더 누워 있다 열 시쯤 일어났다. 새로 시작한 상담소 수업 3주 차라 기대를 품고 참여했다. 이번 주 수업 내용은 ‘변동’이었다. 이사와 이동, 그리고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근 상황과 맞물려 더 와닿았다. 질문 시간에 어떤 분이 손 없는 날을 따지느냐고 물었는데, 선생님은 어떤 날에 큰 의미 없이 저렴한 날을 골라 이사를 한다는 얘기에 웃음이 났다. 면담 시간에는 한 명이 더 함께해 2대1로 진행되었고, 나는 내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변화를 많이 겪고 있다고 하면서 내 상황을 들어주었고, 성명학 이야기까지 오갔지만 이번에는 나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출근 12일째. 아침 8시 25분에 눈이 떠졌다. 직장인에게 주말 아침은 꿀처럼 달콤했고, 오늘은 집에서 휴식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에는 어머니가 끓여주신 닭죽을 먹고 책을 읽었다. 점심에는 꽃게라밥을 먹고, 게임을 하다가 잠시 의자에서 졸았다. 조금 불편했지만 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저녁에는 육개장에 굴전을 먹고 성당에 다녀왔는데, 기도를 하며 마음의 평화를 조금이나마 되찾았다. 밤에는 철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며, 다시 돌아올 월요일에 좋은 소식이 있길 희망했다.
출근 13일째.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7시 30분 전에 집을 나섰다. 아침 파트 미팅을 마치고 다른 공장으로 건너가 조용히 좋은 결과를 기다렸다. 간간이 사람들과 티타임을 갖고, 메신저와 메일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연봉 열람 메일이 왔는데, 예상보다 크게 삭감된 금액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한 달에 25 정도 줄어드는 돈이라 꽤 큰 타격이었다. 평가를 되짚어보고, 나중에 윤리상담소를 이용할지 고민이 됐다. 퇴근 시간이 다가왔지만 기다리던 소식은 오지 않았다. 철학 책을 읽는데,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는 이유나 시간이 유한하다는 점이 특히 와닿았다. 나 역시 생각 없이 보낸 시간이 많았기에 더 공감이 됐다. 결국 삶은 한정된 시간의 연속이고, 그 안에서 만족스러운 순간을 찾는 것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14일째. 한파가 심해 다시 추운 겨울을 실감했다. 올해 인사팀에서 새로 도입한 제도가 있었다. 팀장의 재량으로 업적급 적용률을 재조정하는 제도였는데, 그 때문에 내 연봉이 더욱 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0%가 빠져나가 누군가에게 25%씩 나눠 갔을 거라고 생각하니 허탈했다. 더 이상 참기 힘들어 파트 티타임에 이 얘기를 털어놓았다. 혹여라도 회사 내부에 이 문제를 알릴지 고민이 됐다. 한편, 인사이동과 관련하여 지난주에 알아봤던 팀에 계속 답이 없어서 직접 담당 부장님에게 메신저를 보냈더니 아직 메일을 못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야 검토해보겠다고 하니, 큰 기대 없이 실망감만 드는 상황이 되었다. 복직했지만 할 일이 많지 않아 예전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오후에는 인사팀에서 준비한 새로운 제도 설명회를 들었는데, 그 방식이 마냥 불편하게 느껴졌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가 다섯 시 반쯤 일찍 퇴근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추웠던 겨울이었다. 메일 한 통에 희망이 부풀었다가도, 다시 한 통에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으나, 결국 내가 직접 움직여야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고 자책할 때도 많았지만, 그럴수록 더 책을 읽고 상담소를 찾고 주변을 둘러보며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했다. 아내는 늘 잘될 거라고 응원해줬고, 그 한마디가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게 만든 힘이었다.
결국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고, 지치지 않고 움직이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시야가 열렸다. 그때의 혹독한 겨울은 나에게 더 단단해질 기회를 준 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출근을 포기하지 않은 매일매일이 작은 승리였고, 버텨준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밑거름이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