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출근을 이어갔다.

by 부소유

출근 15일째 되는 날 아침에 또다시 악몽을 꾸고 일찍 잠에서 깼다. 무의식 중에 불안함과 서운함을 느끼는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복직을 하고서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일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어색함이 들었다. 그래도 상무라는 높은 직책의 사람이 좋은 소식이라도 전해주길 내심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한 동료에게 커피를 얻어마시고 복직 후 처음으로 몇몇 동료들과 간단히 음료를 나눴다. 모두가 저마다의 고민이 있는 듯 보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잠시 다른 공장으로 이동해 또 다른 동료의 근황을 들었다. 그 후배는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고, 그가 일하는 현장은 여전히 공간이 부족했다. 시간이 애매해 휴게실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점심도 혼자 조용히 해결했다.


오후에는 다른 현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을 살펴보고, 동료들과 속 깊은 이야기들도 나누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팀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거에 왜 이리 쉽게 이동을 결정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입사 후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말단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쓰리기도 했다. 퇴근 후에는 아내가 처가에 가자고 하여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저녁도 맛있게 먹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명절 스케줄을 두고 아내와 의견이 갈렸다. 전통을 따르느라 장시간 도로에 있어야 하는 일이 부담스러웠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를 원하는 아내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명절 얘기만 나와도 스트레스가 밀려왔지만, 언젠가는 이런 관습을 없앨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바람을 품었다.


출근 16일째 되는 날, 전날 밤늦게까지 책을 읽느라 조금 피곤했지만 악몽 없이 잠을 잘 수 있어 다행이었다. 철학 관련 책이었는데, 어렵지 않은 글로도 삶의 다양한 문제를 돌아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다른 팀에 지원한 결과를 기다렸으나 반응이 없어 답답했다. 혼자 점심을 먹고, 휴게실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자료를 살펴보았다. 퇴근 무렵에는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먹고사는 방향,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 선배를 우연히 만나 철학적인 화두를 나누기도 했다. 인간의 삶이 얼마나 찰나이며, 우주에서 보면 지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에 대해 잠시나마 깊은 생각을 했다.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우리 삶에 너무 많은 약속과 규칙, 성공만을 좇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출근 17일째에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을 해보았다. 생각보다 늦게 오는 사람이 많아서, 이른 시간에 출근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바쁘지 않게 시작하는 아침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상담소에서 복직 후 느낀 충격과 공포, 그리고 극복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다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기대하던 팀 이동 결과가 또다시 좋지 않게 돌아왔으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른 팀에 재차 지원했고, 조금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용기를 냈다. 퇴근 후에는 오랜만에 한 동료와 단둘이 술자리를 가졌다. 그는 곧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 보였고, 나 역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즐겁게 마시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크게 넘어졌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고 무사히 귀가했다.


출근 18일째 되는 날은 술을 마신 뒤라 아침에 조금 힘들었지만, 샤워 후 라면으로 해장하며 기분을 추슬렀다. 집에서 쉬며 우연히 본 프로그램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철학적인 바리스타 이야기를 접했다. 우리는 너무 빨리 달리다 보니 일상의 느림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여유로운 주말을 즐기고, 내가 좋아하는 게임도 조금 하며 마음을 달랬다. 무하유라는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잔치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누군가를 초대해 함께 즐기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잘 가꾼 마음으로 주변에 베풀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커졌다.


출근 19일째에는 전날 밤에 책을 들고 그대로 잠이 들어 새벽까지 엎드려 있던 탓에 몸이 뻐근했지만, 오랜만에 푹 잘 잔 느낌이었다. 간단한 식사 후에 책을 읽다가, 아내가 마련해 준 점심을 맛있게 먹고 TV를 보면서 웃었다. 회사의 다른 팀원과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한층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어 그곳으로 꼭 옮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배부르고 나른해지자 잠시 낮잠을 청했고, 아내의 따뜻한 배려로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저녁 미사를 갔다가 깊은 영적 안정을 느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치킨을 시켜 함께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했다.


출근 20일째, 다시 월요일이 찾아왔다. 일찍 사무실로 가서 상사에게 요청 사항을 전했으나, 큰 반응은 없었다. 파트 미팅에서 진행 상황을 공유하니 모두가 안도하면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니 마음을 놓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 이동하고자 하는 팀의 상사는 여전히 다정했고, 가능하다면 하루빨리 이 구덩이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출근 21일째가 되자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기분이었다. 이동하려는 팀에서 최종 결단만 남았는데, 간절히 바라면서도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결국 좋은 소식을 기다리다 지쳐 밤에는 또다시 술자리를 갖고 말았다. 한우와 소주를 맛있게 즐긴 뒤에, 다른 동료까지 합류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니 좋았다. 하지만 술이 과해져 집에 돌아오니 자책감이 엄습했고, 다음 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렵게 출근을 이어가던 시기에, 나는 스스로도 모를 만큼 깊은 우울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상담소를 꾸준히 다니며 속이 안 좋을 정도로 힘들었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이직을 위해 계속 지원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예전에는 늘 실패를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다.

결국 삶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어둠에서 나를 꺼내 주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시기는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텨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아내를 비롯해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우울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며 배운 것은, 때로는 멈춰 서서 쉬어가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항상 다시 일어설 용기를 품는 것이다. 지금도 문득 불안과 걱정이 엄습할 때면, 그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한다. 그렇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