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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 다섯 번째 - 플라톤의 동굴

무지의 지

by 부소유

매주 일요일 저녁 바르도 리민 작가님 유튜브 수업을 세 달째 들었다. 초반에는 필기하며 열심히 듣다가 (열강해 주시는 작가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중에는 편하게 소파에 앉아 졸면서 듣거나 누워서 들었다.


마지막 무렵에는 플라톤의 [국가론] 7장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에 대해 수업을 들었다. 이데아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대비한 비유다. 대충은 알고 있지만 수업을 듣고 생각하며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동굴의 비유를 배우며 플라톤은 정말 철학 천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비유는 플라톤이 말하는 어떤 우화로 진행된다.


배경은 동굴, 산, 그리고 다시 동굴로 바뀐다. 먼저 동굴에 사람들이 죄인처럼 결박되어 벽만 보고 앉아 있다. 그들은 절대 뒤를 돌아볼 수 없게 갇힌 동굴의 안쪽에 앉아 있다. 밤에는 어쩔 수 없고 낮에 해가 있는 동안은 어둠 속에서 그림자를 보게 된다. 사람들은 그림자를 보며 세계를 그림자의 움직임으로 판단한다. 무지의 세상이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동굴 밖 산으로 나왔다. 실제 하는 물체들과 태양을 보고 정신 못 차리지만 이내 빛의 세상에 적응한다. 그들이 판단하던 그림자의 세계가 전부가 아니었다. 지의 세상이다.


밖으로 나왔던 사람이 다시 붙잡혀 동굴에 똑같이 결박된다. 하지만 이미 그는 밖의 세상을 경험했다. 그림자와 실물, 태양의 존재를 알고 있다. 빛과 어둠을 알고 있다. 세계는 원형의 변주라는 것을 안다. Layer로 세상을 판단한다.


여기서 바르도의 현생과 서원에 대해서 비교한다. 현생은 어둠의 세계, 무지의 세계다. 죽음, 제물, 상실의 세계다. 서원의 세계는 빛, 지의 세계다. 탄생, 사랑, 잉태, 출산의 세계다. 우리는 망자로 그냥 무지하게 있거나,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광인이 되어 사랑의 습으로 서원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은 여전히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지만 한마디로 후려쳐서 말하면 읽고, 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되려면 광인이 되어 현생의 습을 깨고 알에서 나와야 한다. 동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냥 대충 읽고 쓰는 게 아니고 온몸으로 읽고 써야 한다. 시간을 내서 읽고 쓰는 게 아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써야 한다. 글쓰기 상담소의 은유 작가도 그렇게 말했다. 시간을 내는 게 아니고 짬이 생기면 식탁에서라도 바로 글을 써냈다고 했다. 완전히 공감한다.


그런 각오가 아니라면 기존의 습을 버릴 수 없다. 우린 이미 알면서도 그 틀을 깨기 힘들어한다. 서원을 만들고 서원을 이루자. 서원을 이루고 계속 서원을 만들어야 한다. 동굴을 나갔다고 끝이 아니고 동굴을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되자. 그게 숨겨진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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