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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by 부소유 Mar 23. 2025
유대계 폴란드 작가인 타데우쉬 보로프스키의 단편소설이다.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했던 작가로 서른이 안된 나이에 갑작스레 가스 자살을 했다.


1. 느낀 점


<죽음의 수용소>, <나의 기억을 보라>,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 이어서 네 번째 읽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작품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관련 글을 읽을 때마다 지상 최고의 혹독한 환경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겁다.


특히나 본 단편 소설에서는 하역장에서 수송 열차를 통해 새로 수용소에 입소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짐들, 수많은 시체들이 무자비하게 묘사되어 있어 수용소에서 겪는 그들의 참혹한 현실이 느껴져 읽는 내내 기분이 참담했다. 새로 수송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물과 공기를 외치는 객차 내의 사람들, 그들의 의미 없는 소지품들, 그들은 수용소의 새로운 수감자가 되어서 그저 일련번호로 관리될 운명들이다. 끔찍한 점은 하역장에 입소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렇듯 주인공 역시 수용소에 있는 수감자로 완전히 무력한 인간일 뿐이다. 그저 먼저 수용소에 들어와서 빠르게 적응하고 운이 좋게 근근이 하루를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소설 중간중간 주인공의 모습에서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본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더욱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 소설의 결말조차 명쾌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다시 반복될 내일의 끔찍한 비극이 예상되어서 더욱 안타깝다.



2. 좋았던 부분


또다시 기적소리, 그리고 수송 열차. 어둠 속에서 열차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가로등 아래를 지나서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하역장은 좁지만, 불빛이 비치는 구역은 더욱 좁다. 우리는 또다시 열차에서 짐을 내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 어디선가 트럭들이 부르릉거리고 있다. 유령을 닮은 검은 자동차들이 나무들 사이로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하역장 쪽으로 다가온다. 물! 공기! 똑같은 일들이, 마치 똑같은 영화를 한밤중에 다시 상영하듯이, 또다시 반복된다.


-. 어쩌면 소설을 읽으며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다. 마치 지옥의 영원회귀 같은 상황이다.


저들은 이제 수용소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믿으며,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다. 저들은 잠시 후면 자신들이 죽을 것이고, 옷의 안감이나 주름에, 구두 굽에, 몸 안의 후미진 곳에 그렇게도 신중하게 감춰 가져온 금붙이와 돈, 다이아몬드가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 대부분의 인간들은 새로운 삶 앞에서는 기존의 삶에서의 흔적들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위 문장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그것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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