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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경

내 아들의 사춘기, 해탈과 성장의 시간

by 부소유 Mar 22. 2025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그렇다. 아이는 몸은 어른이 되어 가는데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느껴지고, 부모는 그런 아이의 변화에 당황하고 때로는 좌절한다. 브런치 멤버쉽 북토크로 진행 되었던 자리에서 작가 정재경이 자신의 아들과의 사춘기 경험을 나눈 북토크에서 나는 이런 불편하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에 공감했다. 그녀가 아들의 사춘기를 대화로 풀어내지 못하고 결국 편지로 소통하기로 한 이야기는 부모로서의 나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다.


정재경 작가는 처음에 아들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부모의 말에 쉽게 반응하지 않았고, 대화가 오히려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결국 대화는 단절되었다. 작가는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남편이 “당신은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편지를 써보면 어떻겠느냐”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아침마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일간 정재경 프로젝트로 매일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 편지가 변화의 시작이 되었다.


정재경 작가는 아들이 편지를 읽을지 안 읽을지 신경 쓰지 않고 책상 위에 편지를 쓴 노트를 올려두었다. 강요하지 않았다. 읽으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들의 베개 옆에서 노트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아들이 노트를 찾기까지 했다. 아들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작가는 작은 희망을 보았다. 아들의 사춘기와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사춘기 시기는 아이에게만 힘든 것이 아니다. 부모도 힘들다. 아이는 몸은 자라는데 마음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부모는 그런 아이를 보며 혼란스러워진다. 아이는 SNS와 인터넷에서 완벽한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자존감이 흔들리고, 부모는 그런 아이의 불안함을 보며 자신도 불안해진다. 정재경 작가는 아이의 불안이 부모에게도 전해진다고 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사춘기에는 자주 일어난다.


그녀는 자신이 사춘기 시절 듣고 싶었던 말을 떠올렸다. “넌 할 수 있어. 네가 마음먹은 건 다 할 수 있어. 엄마가 도와줄게.” 자신은 부모에게 그런 말을 듣지 못했지만, 자신의 아들에게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편지에 그런 내용을 담았다. 아이의 불안과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부모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참고한 레퍼런스는 가수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박사님의 이야기였다. 박혜란 박사님의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서로를 좋아해서 발가락을 붙이고 잤다는 일화가 있었다. 서로의 피부가 닿으면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그것이 마음의 안정감을 가져온다는 사실에 정재경 작가는 깊이 공감했다. 그래서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꼭 안아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들이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안아주는 행동이 아이의 마음에 안정을 주었고, 관계의 회복으로 이어졌다.


사춘기는 매일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정재경 작가는 그런 순간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이것도 배움의 과정이다.” 너무 화가 나서 감정이 제어되지 않을 때는 잠시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다시 대화했다. 그렇게 서로 감정을 추스르고 나면 아이는 다시 정재경 작가에게 다가왔다.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엄마, 엄마가 나를 위해 노력하는 거 알아. 엄마가 노력해 줘서 고마워.” 이 말은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랑이 자녀에게서 다시 되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결국 사춘기는 지나간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남긴다. 정재경 작가는 사춘기가 아이가 자신만의 성장을 이루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마치 식물이 상황이 어떻든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최선을 다해 자라는 것처럼, 아이도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모든 아이가 1등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정재경 작가는 아들과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느낀 사건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여섯 번째 책 출간 기념회에서 아들이 앞줄에 앉아 그녀를 응원해 준 일이었다. 중간고사 기간이었지만 아들은 엄마를 응원하기 위해 와주었다. 그때 아들은 말했다. “엄마, 내가 가면 엄마가 힘이 될 거잖아.” 이 말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신뢰와 사랑으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정재경 작가의 이야기는 사춘기 자녀를 둔 모든 부모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사춘기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가 성장하는 과정이다. 정재경 작가는 글로, 포옹으로, 인내로 아들의 사춘기를 함께 넘었다. 그리고 결국 아들도 그것을 알아주었다.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결국은 지나간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결정한다. 사랑과 신뢰로 그 시간을 함께 견디면, 부모와 자녀는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사춘기를 두려워하기보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부모가 곁에서 든든히 지켜준다면 아이는 그 시간을 통해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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