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적 동물들에 대하여
알라딘 본사에서 열린 <형이상학적 동물들> 북토크에 다녀왔다. 제목부터 쉽지 않았다. 형이상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에 주저하면서도, 김겨울 작가가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이 나를 이끌었다. 이공계 출신으로 회사를 다니면서도 인문학에, 특히 철학에 빠져 지낸 지 몇 년째다. 카뮈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처럼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는 철학만 알던 내게, 형이상학은 여전히 구름 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북토크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편집자 김정화씨가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영상 이야기로 운을 뗐다. 기술의 발전, 끝나지 않는 전쟁, 만연한 경쟁과 고립된 개인들이 뒤섞인 시대에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절박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책은 80여 년 전 가장 비인간적인 시대였던 2차 세계대전 당시, 네 명의 여성 철학자가 옥스퍼드에서 이 질문을 어떻게 다시 시작했는지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김겨울 작가와 전병근 작가, 번역자 이다희씨가 무대에 올랐다. 세 사람 모두 철학을 공부했거나 철학 책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김겨울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을 공부하는 여성 동료를 만난 것 같았다고 했다. 철학계에서 여성의 숫자는 여전히 적고, 특히 자신은 더 만나기 힘든 환경에서 철학 공부를 해왔기에 이 네 명의 여성 철학자들의 삶이 입체적으로 그려진 이 책이 내적 친밀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전병근 작가의 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요즘 현명한 여성들에게 많이 배우려고 애쓴다는 고백이었다. 지금의 문명 자체가 남성성, 지배와 정복, 힘의 추구와 충돌, 승패가 분명한 전쟁의 논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리스 머독과 메리 미즐리에게서 그와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고, 이 책을 통해 나머지 두 사람, 엘리자베스 앤스컴과 필리파 풋까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여성성이란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인데, 대체로 여자들이 그런 것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번역자 이다희씨는 이 책을 작업하면서 왜 이런 시련이 나에게 왔을까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네 명의 철학자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당시 시대적 배경, 수천 년 전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 이야기가 담겨 있어 번역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책이 철학 공부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고, 어떤 대안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철학의 흐름, 철학사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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