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방법은 과연 있을까..
부제 : 쓰는 사람에게는 믿는 구석 하나가 더 있다
저자 : 정지우
20년째 매일 다양한 글쓰기를 지속하는 것으로 유명한 정지우 작가의 글쓰기 책이다. 그의 오랜 글쓰기 생활은 그의 작가 이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력의 기초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를 꾸준하게 오랫동안 하면 어떤 삶이 가능한지 표본으로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글쓰기 책이라니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 읽은 소감은 조금 허탈했다. 요즘 왜 이렇게 책을 읽고 나면 허탈함과 공허함이 밀려오는지 모르겠다. 특히 글쓰기 책이 그렇다. 아닌가. 어쩌면 내가 원하던, 혹은 상상하던 어떤 비법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간 간절한 마음으로 글쓰기로 독립하기 위해 고난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더 그렇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결과 글쓰기로 독립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글쓰기 실력도 아니고,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독서도 아니고, 혹은 글쓰기를 위한 공부 또는 학위도 아니었다. 추천하는 작법서나 강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비법은 바로 ‘연결’이었다. 다시 말해 ‘연결’로 ‘관계’ 만들기였다. 그것은 브런치가 낳은 스타 작가인 ‘류귀복’ 작가의 글쓰기 책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되었던 주된 내용은 소통이었다. 같은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다른 작가 또는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연결되는 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이 책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은 그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이것은 사실 수려한 문장으로 단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본질적인 문예 창작과는 완전하게 다른 이야기다.
사실 난 한강 작가처럼 노벨상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신춘문예로 등단을 목표로 하거나,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좋은 글로 인정받으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상을 목표로 글쓰기를 공부하다가는 글쓰기가 결국 내 발목을 잡을 것을 알고 있다. 이미 그와 비슷한 경험도 했다. 그럼에도 난 어제보다 더 나은 문장을 쓰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문장을 쓰기 위해 좋은 문장을 읽고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쓰기로 독립하게 된다면 글쟁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다시 돌아와서 이 책의 제목만 놓고 보면 ‘독립하는 법’이 핵심이다. 대부분 ‘글쓰기’라는 단어에 홀려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겠지만 책은 읽는 사람은 누구나 글쓰기에 관심이 생길 것이고, 독서를 넘어서 글쓰기로 독립까지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맞다. 이 책은 누구나 궁금해하는 ‘독립하는 법’에 중심을 두고 있는 책이다. 어찌 보면 글쓰기 기술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누구나 독립하고 싶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고,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사회에 나갔더니 이번엔 사회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한다. 독립은 평생의 과업이다. 시지프스가 영원히 거대 바위를 굴려 올리듯, 인간은 독립을 위해 영원히 애쓰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역사가 독립의 역사이기도 하다. 독립의 비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독립의 비법을 ‘관계’라고 제시하고 있다.
정지우 작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를 넘어서 쓰레드까지 다양한 SNS에 글쓰기 실험을 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SNS, 그리고 과거에는 싸이월드, 네이버 블로그 등에 다양한 글을 남겼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포인트는 글쓰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예로 들어보자. 글을 쓴다. 그다음 글쓰기에 이어서 페친들과 좋아요와 댓글을 주고받는다. 서로 친구 신청 혹은 팔로우를 맺는다. 대부분의 SNS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싸이월드는 그것이 일촌이었다. 이렇게 맺어지는 ‘관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확장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 이미 SNS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은 그냥 SNS에 뻘소리 혹은 감정 과잉의 글을 쓰거나 관종 사진을 올리며 좋아요와 댓글을 주고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핵심 비법은 SNS를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비록 청탁을 받아 어디에 기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계약된 연재물을 집필하는 것이 아닌, 그냥 남는 시간에 SNS에 끄적이는 글이지만 보다 전문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글,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면서 선한 영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그것이 핵심 비법이다. 그 영향력이 확장되어 출판사를 만나서 책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서 강연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만의 전문성을 꾸준하게 키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저자는 ‘위원해’(wewant.to)나 공모전 사이트(ilovecontest.com 등)도 추천한다. 대부분이 SNS를 하며 보내는 쓸데없는 시간조차도 전문성을 키우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법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많은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그리고 대부분 꾸준하게 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미 그 어려운 것을 20년째 하고 있으니 지금과 같이 독립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연하게도 난 이미 3년째 저자의 말대로 반복하고 있다. 사실 다른 방법은 몰라서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해야할지도 모르고 그저 계속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허탈했던 이유도 그것이다. 사실 난 뭐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게임에서 치트키를 사용하듯, 독립하는 방법에서도 치트키를 사용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글쓰기를 꾸준하게 이어가며, 전문성을 키우려고 애쓰고 있지만, 관계 만들기는 쉽지 않아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쓰레드 등 관계 만들기에 특화된 SNS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저자가 말하는 관계 만들기가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내가 직접 만난 사람들 중엔 관계나 소통 없이 브런치에 글만 써서 잘 풀린 사람도 있었다. 따라서 정답은 없다. 어쩌면 저자도 그것을 알고 있고, 그럼에도 그중에 제일 확률이 높고 안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로 독립하기에 앞서 글쓰기로 관계 만드는 것이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