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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ec 06. 2020

JOB1. 섹시한 독일의 데이터 분석가 - WHAT편

독일 데이터분석가의 실무 이야기

퇴사 후 1년만에 나는 다시 떳떳하게 독일 정부에 세금을 낼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가 되었다.


회계법인, 보험회사, 여행회사의 합격 통보 및 면접 기회를 고사하고 새로 취직한 곳은 돌고 돌아온 에너지 회사였다. 분야를 막론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나의 본 전공인 신재생에너지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에서 데이터분석가가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장 의미있고 이상적이라 생각했었는데 운5.5와 실력4.5가 생각보다 빨리 그 꿈을 선물처럼 가져다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선물은 인생 가장 짜릿한 선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2019년 겨울 하노버에 위치한 에너지 공급/서비스 회사에 데이터분석가로 첫 출근을 했다. 같은 에너지 업종의 회사라도 나의 지난 직업이 에너지 분야의 테크니컬한 부분과 관련되어 있다면 전업한 회사의 내가 입사한 곳은 에너지 경제를 핵심으로 돌아가는 부서였다.


이제 배운 걸 실전에서 써 먹을 차례가 왔다.


우리 팀이 맡은 프로젝트는 도합 1GW 이상의 풍력 터빈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민영화된 에너지 마켓에 거래를 하며 차익을 남기는 비지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출처: unsplash


데이터 분석가로서 나의 주된 업무는 에너지 Trader(전기를 직접적으로 마켓에 사고 파는 사람)에게 데이터를 활용한 인사이트 제공 및 유용한 툴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다:


(1) 데이터 관리: 다양한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리하는 일. 데이터엔지니어(데이터베이스 관리자)가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관리,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그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는 데이터 자체를 관리해(새로운 데이터 삽입, 불필요한 데이터 삭제, 변경된 데이터 업데이트 등) 나 말고도 그 데이터가 필요한 사람들이 손쉽게 추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업무. 상대적으로 쉽고 빠른 일에 속한다.



(2) 데이터 분석: 가설을 세우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예: 마이너스 실적이 나온 날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풍력 발전의 예측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예상되는 재정적인 베네핏은 어느 정도인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데이터를 불러와 전처리(데이터 분석의 70-80% 시간 소요)하고 가공된 데이터를 가지고 수학적으로 분석해 "현 풍력 발전 예측률을 20% 상승시킬 수 있다면 매달 10% 혹은 xy€의 순수익 상승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등의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 내 업무 중 가장 섬세하고 까다로운 업무이다.  



(3) 실시간(LIVE) 대시보드 개발: 분을 다투는 에너지 거래를 위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대시보드를 개발(Python)하고 robust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일이다. 다른 프로세스의 영향을 많기에 팀원간의 협력의 중요도가 매우 높으면서 다른 업무에 비해 에러가 났을 때 그 파급력이 큰 편이라 가장 공을 들여야하는 업무이다.



(4) KPI 대시보드 개발: 매일, 매주, 매달의 실적 및 시간에 따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의 변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시각화 업무. 다소 딱딱한 프로그래밍 업무에 비해 예술적이면서 인문학적인 센스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업무 중 하나이다.



위의 업무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데이터분석가라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숫자나 기호만 보며 프로그래밍이나 시각화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결과물에 대해 에너지 Trader와 상의하는 일, 불확실성 및 변동성이 최대 단점인 풍력 사업을 위한 예측모델을 공급자와 토의하는 일, 팀원들과 논의해 전체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최적화시키는 일 등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데이터분석가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데이터 관리, 데이터 분석, 데이터 시각화(대시보드 설계), 커뮤니케이션이 내가 첫번째 직업으로 삼고 있는 데이터분석가의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사업이나 회사의 규모 및 성격에 따라 데이터분석가들의 업무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SQL을 더 깊게 해야하는 업무일 수도 있고 더 복잡한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분석 업무를 해야 할 수도 있을테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면 예측모델 개발만에 온 힘을 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이 절대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 독일 에너지 회사에 종사하는 데이터분석가의 실제 업무들"이라는 하나의 예로 참고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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