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예술일기

by 선홍


자, 노트와 펜이 준비됐다면 이제 일기를 써봅시다.

그럼 어디에서 쓰는 게 좋겠냐고요?


자기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지하철이든, 길이든, 공원이든 어디든 상관없지만 타인의 눈이 의식되지 않는 곳이 좋겠죠.

일기는 나와의 대화를 하는 것이니까요. 솔직한 순간의 감정이든, 며칠 동안 삭히지 않는 분노를 뿜어내든 솔직한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시회를 할 것도 아닌데, 일기를 쓰는 이유가 없겠죠.


저는 대부분 카페에서 씁니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일을 하면 잘 되기에 매일 카페로 출근하거든요. 커피값을 작업실 대여료로 생각하면서요.


카페에 가서 예쁜 소품이나 커피잔, 의자 등을 일기장에 낙서처럼 그리고 있으면 점점 집중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뭔가를 끄적일 상태가 되고, 그림 옆에 글자들을 빠르게 적게 되죠.


카페에서 예술일기

거창한 내용이라곤 없어요. 대부분은 남에게 털어놓기 민망할 만큼 소심하고, 지질한 자신이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쓰고 있던 페르소나, 즉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이죠. 운 좋으면 짧은 시간에 진짜 나를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은 의외로 두꺼워서 일기를 쓴다고 그 즉시 벗겨지지 않더라고요.

종이 위에서 뭘 써야 할지 몰라 멈칫하기도 하고요.

아시다시피 꾸준히 써야 합니다.

낙서인지 험담인지 모를 글이라도 쓰다 보면 뇌와 손이 일기장에 자동반응해 신나게 달려 나가게 됩니다.


그날의 기분, 카페분위기, 음악, 시간대에 따라 쓰는 양이나 솔직함도 달랐습니다.

분량에 매이지 말고, 억지로 쓰지도 마세요.

그날 떠오르는 게 한 줄이면 한 줄로 충분합니다.



"일기를 쓰라. 나만의 호흡으로. 책 한 권 분량이 나올 수도 있고, 한 단어나 한 줄로 정리되는 하루도 있을 것이다. 정해진 양을 채우려고 아등바등하지 마라. '기준'에 굴복하지 마라." - 마이크 버비글리아. 작가이자 감독



몰입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잠깐 잊습니다. 하루에 그런 순간이 있으신가요?

나와 만나는 그런 순간들이 스마트폰에 잠식당하는 삶 속에 정신줄을 붙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기라도 쓰지 않으면 '진짜 나'는 계속 숨죽이고 사느라 압력밥솥의 김이 터지듯 사소한 일로 터져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내가 잠시라도 숨 쉴 수 있게 일기를 써보세요.

그냥 펜을 쥐고 있는 내 손도 그려보고, 눈앞에 보이는 아무 사물이라도 그려보세요. 그림 옆에 '내 손 참 못생겼네'하고 아무 말 대잔치를 쓰세요. 자유롭게,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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