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이 가능한 예술, 일기의 효용

by 선홍


자신이 그린 예술일기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겠지요. 백지공포증 마냥 종이에다 어디서부터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이죠.

아이패드에 필기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 세대에겐 더욱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한 거죠. 괜찮습니다.

세상만사 원하는 것을 어떻게 처음부터 뚝딱 해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글씨체조차 마음에 안 들어 그림옆에 글을 쓰기가 꺼려졌습니다. 천천히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면 되겠지만 예술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잖아요.


흘러나오는 잡생각과 마음의 소리를 풀어내려면 빨리 휘갈겨 쓸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알아차리기', 그래서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차츰 흘려 쓰는 글이 더 멋있게 느껴졌고, 그림이 마음이 안들 땐 전문용어로 '땜빵'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바로 색칠을 이용하는 것이죠.


펜과 색칠 재료와의 조합에 따라 귀엽게도, 멋지게도 연출이 됩니다.


연필로 그린 후 색연필로 채색하면 갑자기 따뜻하고 귀여운 동화적인 분위기가 됩니다.

스케치 없이 만년필로 슥슥 그린 후 수채화물감으로 칠하면 물 흐르듯 자유롭고 멋있고요.

크레용이나 오일파스텔도 유화분위기가 나서 좋아하지만 휴대성이 좋은 얇은 종이에 그리기 때문에 크레용이 많이 묻어나 지저분해져서 별로입니다.


색연필로 채색하기


제 경우에 가장 잘 맞는 조합은 만년필과 수채화 조합이었어요. 깔끔하고 정형화된 느낌보다 흐트러진 걸 선호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성격에 따라 맞는 재료도 다르다는 게 흥미롭지 않나요?


수채화로 채색하기


만년필 잉크가 물에 번지면 번지는 맛으로, 번지는 게 싫다면 '플래티넘 카본잉크'를 써서 그리면 됩니다.

물감은 가벼운 '고체물감'과 물을 담아 쓸 수 있는 '물붓'을 사용하죠.

휴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누누이 말씀드렸으니까요. 언제 어디서든 꺼내 쓸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예술일기를 계속 쓰다 보니 그림에 욕심이 생겨 비싼 재료도 써보고 싶어 지지만 쓸데없이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작품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붙잡는 현장성'이 우선인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글, 그림을 어떻게 배치할지, 어떤 재료로 쓰고 그릴 지를 고민하는 게 더 낫지요.


문구점에 들러서 비싸지 않은 펜이나 색칠도구를 이것저것 사보세요.

고르는 순간부터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가벼운 흥분이 느껴질 겁니다. 사온 문구류로 예술일기장에 낙서를 하면서 경직된 몸이 차츰 풀어지는 느낌이 들고요.


두 주먹 불끈 쥐고 긴장했던 하루, 자신의 정신에 마사지해 주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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