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이게 무슨 일인가요, 눈이 펑펑 내립니다. 올해 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오네요.
날씨가 꾸물꾸물 흐린 날엔 이상하게도 어릴 적 집에서 해 먹었던 토스트 생각이 나요.
흐린 날엔 유난히 마가린과 구운 빵 냄새가 '환장하게' 좋았거든요.
마치 인중에 버터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깊숙이 맡아져 기억에 깊이 각인되었나 봅니다.
그때부터 빵순이의 DNA가 생겨나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빵 구워 먹으라고 하면 신이 나서 슈퍼로 뛰어갔습니다. 80년대 삼립식품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해진 긴 봉지 식빵을 그땐 슈퍼에서 샀었어요.
지금은 빵 체인점이 경쟁적으로 생기고, 부러 개성적인 개인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를 하기도 하는데 말이죠.
사 온 빵봉지를 던져놓고 먼저 신문지를 바닥에 쫙 펼칩니다. 그때만 해도 집집마다 신문을 보던 시절이었죠.
신문지 위에 노란 통에 담긴 마가린과 토스트기를 올려놓습니다.
식빵에 마가린을 듬뿍 바른 후 토스트기 안에 넣고 굽습니다. 아, 그때의 향긋하고 고소한 빵 냄새란 정말...
잘 구워진 빵에 설탕을 솔솔솔 뿌립니다. 자, 다 끝났습니다. 바삭한 빵을 입에 물면 '바삭!' 소리가 나요.
그때의 행복감이란.
한 개, 두 개 구워 먹다 보면 어느새 빵 봉지가 헐렁해집니다.
별재료가 없어도 맛있기만 했던 빵,
이제는 건강, 다이어트생각해야지, 맛있는 빵이 너무 많아 질릴 정도입니다.
풍족할수록 행복감이 계속 상승하는 건 아닌가 봐요.
카페의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 거칠었던 마가린 토스트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 빵과 커피 냄새가 코끝에 감도는 흐린 오후.
어린 시절 방안에 깔려있던 노란 장판과 신문지, 그 위에 사정없이 떨어졌었던 빵가루, 설탕가루 소리가 귓가에 '파사삭'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입가에 잔뜩 묻은 가루를 툭툭 털어내며 정신없이 토스트를 흡입했던 그 어린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