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분석하다
올여름은 유난하다. 더운 날씨야 매해 그랬다고 하더라도 비가 유난하게 많이 내린다. 덥기만 해도 불쾌 수치가 끝을 모르고 올라갈 텐데 비가 습기를 보탠다.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놓아주지 않는 습기와 더위를 떨쳐낼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다와 계곡이 있지만, 코로나 19 때문인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전적이지만, 아직 인기 있는 피서 방법인 콩국수 먹기를 권해본다.
콩국수를 알아보자
콩국수는 하얗고 걸쭉한 콩국물에 얼음을 동동 띄우고 탱글탱글하게 삶은 국수를 말아먹는 음식이다. 시원한 국물이 담아져 있는 스테인리스 그릇은 여름의 더위를 대신 가져가려는지 땀을 뻘뻘 흘린다. 콩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국수를 먹고 나면 여름의 더위는 한 풀 꺼진다. 콩국수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800년대 말에 나온 고서 『시 의전서』에 콩국수가 기록된 것으로 봤을 때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콩국수를 만드는 방법은 너무 간단해서 설명할 게 없다. 콩을 불린 후 삶아서 갈면 콩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국수만 넣어주면 끝이다. 그러나 막상 조리해보면 쉽지만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비린내가 나거나, 먹고 나서 소화가 안 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콩국수를 만들게 된다.
콩국수에 숨겨진 과학
콩국수의 핵심은 콩국물이다. 콩국물을 잘못 만들면 면이 아무리 맛있어도 도루묵이다. 맛있는 콩국물을 만들려면 콩 ‘삶기’를 잘해야 한다. 날콩에는 비린내의 원인 성분인 ‘리폭시게나아제’와 소화 불량의 원인 ‘단백질 분해효소(트립신) 저해제’가 들어 있다. 두 성분은 콩을 가열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즉, 콩을 충분히 익히면 해결된다. 임성근 조리기능장은 TV 프로그램 ‘알토란’에서 콩을 15분가량 익히는 것을 추천했다.
만드는 방법을 살펴봤지만, 아직 알아야 할 것이 하나 남았다. 콩국수를 먹는 방법에는 ‘설탕과 소금 중 무엇을 넣어 먹느냐’는 쟁점이 있다. 이는 취향의 문제라서 어떤 방법이 옳다고 말할 순 없다. 설탕과 소금을 현명하게 넣어 먹는 방법을 소개해본다.
콩국수의 맛
콩국물을 먹어 보고 싱거워서 소금을 넣었는데 실수로 소금을 많이 넣어서 콩국물의 짠맛이 강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콩국물을 주문해서 다시 간을 맞추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만약, 추가 주문이 안 된다면 콩국물 대신 식초를 넣으면 된다. 식초의 신맛은 소금의 짠맛을 억제한다. 이는 ‘맛의 억제 현상’으로 서로 다른 맛 성분이 몇 가지 혼합되었을 때 주된 맛이 다른 맛에 억제되는 현상이다.
소금이 아니라 설탕을 넣어 달게 먹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양을 넣어야 한다. 단맛은 낮은 온도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고 체온에 가까워질수록 잘 느껴진다. 그래서 차가운 콩국수에 설탕을 조금만 넣으면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맛있게 먹던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달게 느껴지는 것도 이와 같다.
이제 콩국수를 먹을 준비가 모두 끝났다. 콩국수를 즐기러 거리로 나서면 된다.
콩국수를 먹다
‘진주집’의 콩국수는 오로지 콩국물과 국수로만 승부한다. 그 흔한 오이 고명도 없다. 반찬은 보쌈김치 하나뿐이다. 콩국물을 한술 떠서 입안에 넣으면 부드러운 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삼키고 나서야 느껴지는 콩의 고소한 향과 약간의 텁텁함이 콩국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간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소금 또는 설탕을 넣으면 된다.
국수를 젓가락으로 건지면 되직한 콩국물이 함께 실려 올라온다. 국수를 한입 가득 넣고 보쌈김치를 먹으면 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이 무말랭이다. 무 특유의 단맛과 식감이 콩국수의 맛을 지배하려고 해서 조금씩 먹거나 따로 먹는 게 좋다.
가게를 나섰는데도 고소한 콩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시원한 콩국물이 여름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가져갔는지 발걸음이 상쾌하다. 무더운 더위 속에 지쳐가고 있다면 콩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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