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에서 근무했을 때 일이다.
도서관 마감 5분 전이면
마감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날도 도서관과의 작별인사 같은
그 노래에 맞춰 도서관 안은 분주해졌다.
"자, 이제 집에 가자!"
엄마들이 아이의 외투를 챙기고,
아이들은 아쉬운 듯 빌린 책을 품에 꼭 안고
문을 나섰다.
북적거리던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바탕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매일 보는 평범한 풍경속에서
마감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구석 자리에
작은 아이 하나가 혼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아이는 책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재잘거리며
떠난 빈자리에서, 아이는 그냥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 어디 갔어요?"
조심스레 물으니 아이는
눈도 깜짝 안 하고 대답했다.
"전도하러 가셨어요."
전도? 내가 아는 그 전도가 맞나?
순간 귀를 의심했다.
도서관이 문을 닫는 이 늦은 시간에,
아이를 혼자 두고 전도를 하러 가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어 아이 곁에 앉아 같이 기다려주기로 했다.
사무실에 있던 사탕 몇 알과 과자를 건네니
아이가 그제야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탕을 나눠 먹으며 한참을 놀았다.
나이는 다섯 살인지 여섯 살인지 잘 몰랐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말도 잘하고 까르르 웃으며 장난도 쳤다.
하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무덤덤한 표정은,
이런 기다림이 한두 번이 아닌 느낌이 있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낸 지 제법 됐을 때,
문득 겁이 났다.
'만약 이대로 엄마가 안 오면 어떡하지?
내가 이 아이를 집에 데려가서 키워야 하나,
난 아직 장가도 안 갔는데.'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손을 잡고 웃는 아이를 보니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굳게 닫힌 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니 아이의 엄마가 서 있었다.
"죄송해요, 많이 늦었죠?"
미안하다고는 했지만, 엄마는 익숙하다는듯
너무나 평온했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금까지 나와 과자를 먹으며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이는 아주 익숙하다는 듯 엄마 손을 잡고 밤길로 나섰다.
그날 이후로 도서관에서
그 아이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마감 음악이 나올 때마다 구석 자리를 흘끔거리게 됐지만, 그 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가끔 퇴근길 불 꺼진 도서관을 나오며 생각했다.
'그 아이는 오늘도 어느 낯선 장소에서 그렇게 혼자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도서관은 공동체의 공간이자 세상으로부터의 안식처다." — 닐 게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