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불편함

에피소드 2

by TeeTee

봄꽃이 피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쉬움과 함께 다가올 여름에 대한 거부감으로 한동안 가슴앓이를 한다. 5월 중순의 토요일 아침... 간단한 식사로 배고픔을 잠재우고 주섬주섬 노트북과 읽을 책을 챙겨 카페로 나왔다.

마흔이 넘어가니 휴일이 되어도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불러주는 이가 없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을 키우느라 분주하기에 친구들을 챙길 여유가 없을 것 같다. 그들에 비하여 여태까지 결혼하지 않은 것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SNS에서 보았던 승자의 착각이라는 영상이 떠올랐다. 전쟁에 참가한 군인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고 전쟁 중에 사망한 이들이 비정상적인 부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쟁에 참가한 그 당시의 군인 중 98%가 전사하고 2%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확률론적으로는 전사한 군인들이 정상이고 생존한 이들은 비정상적인 부류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우리나라 통계에서 남자 중 40살 전에 결혼하는 확률은 80% 정도라고 한다. 비혼주의자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20%에 해당하는 비정상인 부류에 속해 버린 셈이다.

명절에 고향을 방문할 때면 '사귀는 아가씨는 있느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라고 물으시던 부모님도 이제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시지도 않으신다. 포기하신 건지, 상처를 주기 싫으신 건지 알 수 없지만...

이곳 카페는 2층이지만 1층 홀의 층고가 높고 넓은 창을 통하여 밖의 정원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전 10시의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좋은 자리들은 중년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카페는 모든 연령층을 위한 만남과 소통의 장소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다행히도 2층은 아직 책을 읽을 만한 자리들이 있다. 작은 탁자는 책이나 노트북, 음료를 놓고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는 불편하여 넓고 긴 원목 탁자를 좋아한다. 내가 선택한 자리는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음료를 준비하는 바리스타들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커다란 창으로 바깥의 경치들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 온 지 한 시간... 대부분의 손님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와서 음료를 주문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슬프게도 또다시 혼자라는 자의식이 밀려온다. 억지로 감정을 떨쳐버리고자 읽던 책 속으로 고개를 더 떨구어 보지만 한번 들어온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오늘도 그런 날이 되어버린 건가? 비라도 내려달라는 주문을 외워보지만, 바깥은 맑기만 하다.

창밖의 정원에 있는 집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올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눈이 마주쳤다. 들리지는 않지만 나를 바라보며 위로하는 ‘야옹'거림이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사람 친구 대신에 고양이 친구를 키워 볼까 하는 유혹이 나약한 감정을 흔들며 ‘오늘도 누군가로부터 위로가 필요한 날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작가의 이전글우연한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