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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26. 2024

매운 걸 먹어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서


 불만은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사라진다. 우리 마음이 어떤 불만에 사로잡히면, 그것을 계속 노려보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그것도 찰나의 순간일 뿐, 우리의 주의력은 이내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 옮겨간 자리에는 불평만 남는다.



 인간의 적응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카멜레온만이 변신의 귀재인 건 아니다. 인간은 늘 상황에 맞춰 적응하고 자신을 변화시킨다. 내향형 기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상황에 따라 외향적으로 보일 수 있고, 반대로 외향형 기질을 타고난 사람도 어떤 조직에 몸담고 있는가에 따라 내향적으로 보일 수가 있다.



 불만, 불안, 질투, 화 같은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타오르다가도 금방 수그러든다. 그것들은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우리 몸속 신체적 징후로 나타나는 것들은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하루를 넘겨 계속 지속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또 다른 감정이 들어온 탓이다.



 불만에 적응하고 더 이상 거기에 몸이 반응하지 않게 되면, 또 다른 불만을 찾거나 만들어낸다. 그럼으로써 불만을 유지시킨다. 해결되지 않았다고 믿는 불만이나 불안이라는 사건은 떠나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있다. 감정은 떠났는데 말이다. 그렇다 보니 마음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감정 못지않게 실제 사건도 금방 사라진다. 시간은 순간의 연속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그 사건이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중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꾸 사건을 가슴속에 묻고 가두고 담아두려 한다. 그럼으로써 얻는 마음의 안식, 해소가 도파민을 만들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지인들이 ‘매운 걸 먹거나 울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한다. 사실 그 방법은 스트레스를 푸는 탁월한 방법은 아니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인들이 그렇게라도 해서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하면 나는 그렇게 하길 권한다. 최소한 그런 행위 안에서 나오는 플라세보효과라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실제로 매운 음식 섭취와 울음은 단기적 처방일 뿐 장기적으로는 우리 몸에 해롭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엔도르핀과 도파민 분비 현상에 안정감을 느낄 뿐이다. 그것은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행위가 종료된 순간 더 심한 우울과 스트레스가 몰려올 수 있다. 마치 큰 폭발이 일어난 뒤 나타나는 후폭풍처럼 말이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불만이 만든 불편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불만을 만들어 낸다. 불만을 가짐으로써 다른 쪽으로 책임을 돌리고 그것이 일종의 해방감을 만든다. 그 해방감이 만드는 기분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속 불만인 상태를 끌어들이고 그것이 만드는 작은 해방감에 중독되는 것이다.





 최근 한 심리학 채널에서 ‘불평 시간’을 가져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격적으로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지라는 것이다. 시간은 10분에서 15분이 적당하다. 해보면 알겠지만 10분은 혼자 떠들기에 꽤 긴 시간이다. 주의 사항과 권고 사항이 하나씩 있다.



 주의 사항은 장소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장소는 피할 것’이다. 예를 들면 침실이나 소파에서는 불평 시간을 가져선 안 되는 것이다. 각 장소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불평 시간을 갖기 위한 독립된 공간을 정하는 게 좋다.



 권고 사항은 어떤 게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불만과 불평을 그냥 속으로 생각해 봐도 좋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말로 꺼내보는 것이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은 리스트로 써보는 것이다. 현재 어떤 불만을 품고 있고, 어떤 불안을 겪고 있는지 글로 적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불안과 불평, 불만을 표시해 보면 된다.



 불평 시간을 가지면 우리가 머리로만 생각하던 불평과 불안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직장 상사와 불편한 관계가 되어 마음이 답답했다고 치자. 그 이유를 계속해서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문제의 근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반드시 불평 시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불평만 홍수처럼 쏟아내는 시간이 되어도 상관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심리적 안정감과 해소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심리적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선 명상이 제일 좋다. 하지만 명상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불평 시간을 갖는 건 명상을 하는 것보다 쉽다. 그리고 효과도 즉각 나타난다.



 불만으로 또 다른 불만을 끌어들여 마음의 안정을 훔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오히려 그 불안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바라보는 습관을 갖자. 그 안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하루 10분만 시간을 내자. 우리는 충분히 그럴만한 시간과 여력이 있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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