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에서는 더 이상 무엇도 배울 수 없겠다."
그런 생각으로 하던 일을 던지고 퇴사해버렸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어진 반 년 넘는 백수 생활 동안, 나는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는가?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그때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는걸, 이제는 알 것 같다. "이런 곳" 같은 건 애초에 내가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며, 그 역시 내가 선택해 만들어진 것임과 동시에 그곳이 내 수준에 걸맞은 곳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 바뀌어야 하는 것은 "이런 곳"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곳을 택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의 수준과 실력"이었다.
당시 내 현실이 지옥처럼 느껴진 이유는, 내가 그 지옥에 알맞은 수준과 지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길가에 핀 잡초도 누군가의 눈에는 약초로 보이고, 세상의 수많은 비합리적 결정과 탄압이 누군가의 눈에는 기회로 보인다. 이것은 지식과 식견의 농도가 만드는 격의 다름이다.
이처럼 높은 지성을 갖출 수 있다면 현실은 달라지며, "이런 곳"은 더 이상 그런 곳이 아니게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은 '바뀌어야 할 것은 이런 곳이 아니라, 이곳을 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수준과 실력' 임을 깨닫는 것이다.
높은 수준과 실력을 갖춘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우선 이것이 쉬운 이유는 방법이 무척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성공한 일류에 속한 인물들의 삶을 보고 배우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다. 최고 수준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을 기준으로 삼고, 그들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그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뼛속까지 자리 잡은 게으름, 힘든 일을 멀리하려는 습성이 모든 것을 망친다. 이것들은 무언가를 전력으로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도 대충 그럴듯하게 보이는 정도만 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죽을 각오로 달려들려 하지 않고 적당한 시간을 투자해 적당한 노력만 하는 데 그친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실 탓, 남 탓, 사회 탓. 그래가지곤 "이런 곳"을 벗어날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높은 지성을 갖추는 방법은 참 쉽다. 최고의 수준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에 속해서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우면 된다. 최고의 선배, 최고의 스승을 찾고 그들 옆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현재 자신이 속한 조직이 최고 수준이 아니라면 어떨까? 당연히 더욱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게 좋다. 하지만 그곳에 간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이 갑자기 향상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최고의 조직과 수준 높은 곳에서 삼류 인생인 나를 받아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이 삼류라면 삼류 조직에 속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현재 속한 곳을 탓해선 안된다. 그럴 시간에 틈틈이 일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더 좋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보고 배울 일류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일류가 나의 직속 선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당연히 삼류 조직 안에서는 일류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외부의 일류를 찾아 곁눈질로라도 그들의 습성을 보고 배워야 한다. 일류가 만든 책이나 강의, 오프라인 모임 등을 참고해 그들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일류에 가까워지도록, 스스로를 일류로 향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렇듯 현재 속한 조직이 삼류라고 해서 비난하거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그 조직은 상호보완적 존재로서 자신의 현재 수준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사고와 지성이 일류로 발전하면, 속한 조직 역시 자연스레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니 당장의 현실에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바라보며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자.
자신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끊임없이 일류를 향해 정진하다 보면 "이런 곳"은 더 이상 "이런 곳"으로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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