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의자에서 삐그덕 소리가 났다.
내가 소리에 꽤 예민한 편이란 걸 이제야 알았다.
허리를 구부릴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들리는 게 무척 신경 쓰였다.
그리스를 사다 발라보기도 하고,
볼트를 느슨하게 풀거나 조이기도 해봤지만,
좀처럼 소리가 잡히지 않았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한숨이나 쩝쩝거리는 소리만큼이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숨죽이고 앉아 가만히 소리를 들어봤다.
삐그덕 삐그덕,
나 말고도 삐그덕 대는 의자가 몇 대 더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이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존재를 알지 못할 때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들이,
그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계속 마음에 걸린다.
모르는 게 약이면서 동시에 아는 게 힘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어쩌면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타협을 찾는 중인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의자를 바꾸는 데서 해법을 찾았다.
고쳐서 쓸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정 안되면 교체하는 게 속 편한 길이니까.
겉보기에 쉽게 해결 가능할 것 같은 문제가
알고 보니 굉장히 복잡하고 난해한 일이었던 경험이 있다.
그럴 때 매번 기회비용과 손실을 따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문제를 안고만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과감히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 힘을 이해하고 있다.
결국 연륜이란 건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손을 쥐어야 할 때와 펼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