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한 가지 슬로건을 마음에 새기고 지키려 애쓰고 있다.
“맛을 음미하자.”
나는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오면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급히 씹어 삼켜버리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배가 조금 차올라올 때쯤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방금 먹은 건 무슨 맛이었지?’ 이 질문이 떠오르면 이마 위로 깊은 주름이 잡힌다. 막 삼킨 음식조차 기억해내지 못하다니, 심각한 일 아닌가.
어쩌면 나는 음식의 ‘목넘김’만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단맛과 짠맛이 주는 순간적 자극에 만족하며 그저 삼켜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걸 과연 식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게 식사가 식사다워지려면,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맛을 음미하는 경험’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토요일 아침, 지난 한 주 동안 모아둔 디저트들을 꺼내어 혈당 충전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습관대로 순식간에 절반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다잡고 남은 절반은 천천히, 의식적으로 맛을 보았다. 페이스트리의 결마다 스민 버터의 고소함, 겹겹이 쌓아 올린 정성의 무게,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노력을 상상하며 한 입 한 입 음미했다.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식사는 단순한 씹어 삼킴의 영역이 아닌, ‘맛을 보는 행위’로 자리 잡는다. 마흔의 나이에 나는 다시 식사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