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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안 Oct 30. 2020

10월 34일의 결혼식 (할로윈 특집)

어른이 동화

“댕댕댕” 

새벽 3시를 알리는 괘종시계의 종이 울리고 유령 하객들이 하나둘 묘지의 공터에 모이기 시작했다. 

몇몇 하객들은 RIP 글자가 그려진 컵케이크를 테이블에서 몇 개 집어와 허겁지겁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낡은 오르간에 앉은 연주자가 웨딩 행진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신부와 신랑이 나타났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작은 월계수를 꽂은 신부는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진한 푸른색 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깔끔한 검정색 정장에 신사 모자를 쓴 신랑은 신부의 손을 잡고 신부의 보폭에 맞춰 발을 움직였다. 인적이 끊겨 잡초가 무릎까지 자란 길에 신부는 행여나 발에 풀들이 걸릴까 더욱 조심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요안: 저승에서 순박하고 찹쌀떡을 닮은 외모로 이승에서 누리지 못한 인기를 얻은 신랑님 너무 축하드립니다. 그런 신랑을 낚은 신부님에게 모두 축배를! 


벤시: 영혼들 기운이 꽉 차는 10월 34일에 올리다니. 4년에 한 번 있는 날인데 참 날도 잘 잡았어 홀홀… 


연주자의 뼈만 남은 손가락이 다시 오르간을 연주했다. 아름다운 화음과 뼈가 건반에 부딪히는 소리가 오묘하면서도 아름답게 흘러나왔다. 하객들은 해골과 시든 꽃으로 꾸며진 기다란 테이블에서 붉은 음료가 든 잔을 기울이며 신부신랑을 축하했다. 


*. 결혼 소식을 듣고 신랑의 어머니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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