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물을 키운다는 것

영상 중심의 세상에서

by 마음은 줄리어드

지금은 새벽 네 시 반, 뭐가 저 쪽 방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난다. 우리 집에 다시, 장수풍뎅이 수컷이 왔다. 금요일 아들과 단 둘이 데이트하며 함께 자전거 타고 마트에 가서 사 왔다. 두 마리를 한꺼번에 사고 싶어 하는 아이를 달래 한 마리씩 사자며 수컷 한 마디를 우선 데려왔다. 다음 주에는 암컷을 사자고 했다.


5학년이지만 아직도 생물 키우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나는 그저 좋다.


생물 키우기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적인 관찰력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관심사가 분할이 된다. 영상 매체가 자연물을 대체하는 요즘, 아이가 뭘 키우고 싶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독려해주길 권한다. 아이는 생명체를 관찰하고 먹이를 주고 보살피기에도 하루가 바쁘다. 엄마를 붙잡고 몇 십분씩 자기의 장수풍뎅이에 대한 지식을 설명해준다.


어두울 땐 어두워야 한다며 검정 천을 찾기도 한다. 검은색 천으로 채집통을 가려주어 인위적인 어둠을 주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장수풍뎅이 잘 키우는 법'을 검색하기도 한다. 집에 온 지 이틀 된 장수풍뎅이가 젤리를 잘 먹지 않으니 아이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 이번엔 잘 살 수 있을까? 곧 죽을 것 같아." 걱정하는 아이에게 좋은 생각만 하라고 했더니 이제는 읽지 않는 책, 정리하려고 쌓아둔 거실 한 켠 켜켜이 쌓여 있는 책탑의 책 한 권을 빌어 아이는 불안감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는다.


"그래, 믿는 대로 되지!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

아이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좋아해서 일곱 살 때 사준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백과>는 헤질 대로 헤져있다. 너덜너덜해진 책을 가져와 동생들에게 읽어주며 우리 집 곤충 박사의 위엄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네 살짜리 막둥이가 엄마가 아닌, 형아가 설명해주는 곤충 책이 재미있는지 줄곧 이 책만 붙들고 있다.


요즘 같아선 아이 많이 낳은 거, 잘한 것 같다. 과학 젬병인 엄마의 몫을 큰 애가 동생들에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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