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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를 준비하지 않는 이유

순수한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들

by 마음은 줄리어드

피아노 선생님이 두 달 후에 제자들과 함께 연주회를 한다고 나에게도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한 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력을 한차원 올린다는 차원에서 살짝 마음이 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주회를 준비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한다. 순수한 기쁨에 시작한 음악마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수단이 되기 싫다. 너무 심오한가? 완벽한 연주를 위해서, 틀리지 말아야 해서 하는 연습이 나에게는 득보다 독이 될 것 같다.


운동도 그랬었고 글쓰기도 그랬었다. 내가 주체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식이 될 때 운동도 글쓰기의 기쁨이 훼손당했다.


그래서 한때 SNS에 운동 인증하기 바빴던 나는 이제는 더 이상 운동 인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만 만족하면 되지 않은가. 그래서 인증 중독 SNS인 인스타그램 앱도 삭제할 수 있었고.


지금도 일기와 공개 글쓰기 중 갈등하다 공개 글쓰기를 하고 싶지만 정말 내면에 강하게 원하는 작업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일기 쓰기다.


운동이든 글쓰기든 악기든 혼자 만족하는 즐거움이 가장 순수한 기쁨이다. 굳이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굳이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흡족한 그런 즐거움.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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