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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기 전엔 미처 몰랐던 것들

예속된 존재들

by 마음은 줄리어드

"이렇게 엄마 노릇이 힘든 거였으면 애 안 낳았을 거야!"


아침 내내 아이들이 물어뜯고 싸우길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이런 망언을 쏟아붓고 집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라떼 한 잔을 마시면 1500원에 다시 라떼가 리필이 되는 카페에 자전거 타고 달려가 연속 두 잔을 벌컥 벌컥 마셨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 동네책방에 가서 투덜댔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 손님의 자녀들이 대학생이라기에 "많이 키우셨네요."라며 나보다는 더 자유로울 그녀가 조금은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자식을 낳은 이상 부모로서의 책임과 희생은 부모인 우리가 죽어야 끝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게 세상이 이치다.


"이렇게 주부와 엄마 노릇이 힘든 건 줄 알았으면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애도 안 낳았을 거아."


요즘 전업 주부인 친구들과 자주 나누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 주부와 엄마가 되기 이전에는 이 역할이 이토록 많은 책임감과 의무감을 동반할 지 몰랐다. 어떤 위치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어서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아이를 안 낳기로 결정했다는 정여울 작가나 김이나 작사가는 어떻게 낳기도 전에 알았을까? 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엄청난 책임과 희생을 수반한다는 것을.


최근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이라는 책을 읽다 재미있는 대목을 발견했다. 인터뷰 형식의 글인데 무엇이 끔찍한 여성들을 만든다고 생각하냐는 앤드류 하비의 질문에 번스타인의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여성들은 예속되어 있었으니까요. 주요한 경력을 추구하는 기회가 여성들에게 결코 주어지지 않았어요."


집에서 아이들에게 화풀이하는 나의 내면에는 아이 출산과 양육으로 접어야만했던 나의 꿈들이 꿈틀대서인가?


중년이나 노년에 더 많이 부닥치는 순간이 있는데, 이 표범이 산 아래로 내려와 당신 집 현관 앞에 얌전히 앉아 있는 그런 때이다. 표범은 당신을 응시한다. 당신은 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표범은 당신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좋은 일들을 했는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왔는가? 당신은 지금 어떤 부류의 사람이 되어 있는가? 이런 순간에는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 가면을 벗어던져야 한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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