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싸고. 인간이 하루에 가장 빈번하게 하는 근본적인 생리 활동입니다. 그래서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싸며 보며.
저희 집 거실 화장실 좌변기에 앉으면 딱 이 책장의 모습이 정면에 보입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책들을 이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수십 번도 싸며 이 책들의 제목을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먹을 것입니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위생에 더 철저해지면서 손을 예전보다 더 자주 씻습니다. 아이들 손들이 많이 자주 터 있습니다. 책장 맨 아래 칸에 핸드크림을 배치함으로써 아이들은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며 또 이 책 제목들을 영혼에 먹습니다. 바디크림도 놓았습니다. 저녁에 샤워를 하고 또 엄마 책 제목을 먹습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 고전을 사랑하는 엄마의 정신적 양식을 아이들이 더 자주 접하도록 수를 썼습니다.
예전에 제 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희 집 아일랜드 식탁의 풍경은 제 책탑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책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이번에 집콕 기간 중 책장을 새로 세 개를 들여 책을 종류별, 출판사별, 작가별로 정리했습니다. 여기가 서점인지, 도서관인지, 집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덕분에 이제 우리 집 아일랜드 식탁, 깨끗합니다^^
저의 유일한 사치, 책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 유산이 될 책들입니다.
코로나로 잃은 게 많지만, 얻은 게 훨씬 더 많음을 고백합니다. 소수 정예 사립 학교가 따로 없습니다. 아이들 이번 기회를 통해 영어 지도, 피아노 지도를 손수 하게 되었고, 책도 더 많이 읽어 줍니다. 정리에는 젬병이라고 자처하던 저도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아지니 집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책도 작가별, 종류별로 정리했습니다. 오래된 예쁜 그릇도 10년만에 꺼내 씁니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필요해 새벽 기상을 하게 됐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미라클모닝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아이들 글쓰기 교육을 시작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게 있습니다. 조만간 나누겠습니다.
코로나가 주는 의외의 선물들을 만끽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