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시 글자에서 눈을 떼어보았다. 눈을 감은 채 기도문을 독송하는데 머리를 통과하지 않은 말들이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이걸 내가 다 외운 거야?'
놀라움은 아주 잠깐이었다. 나는 금세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기도문 한번 독송한 것 치고는 시간이 너무 짧잖아. 중간 부분 빼먹었겠지.'
그리고 다시 시선을 글자에 고정한 채 독송을 시작했다.
'아닌가? 진짜 내가 이걸 다 외우고 있는 건가?'
어느새 그 기도문을 다 외우고 있었다. 오늘의 기도가 나에게 알려준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자 픽! 웃음이 나왔다.
'정말 지독히도 안 믿는구나. 어쩜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못 믿니?'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뢰하는 만큼, 딱 그만큼만 나는 나를 알고 있는 것이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도가 준 선물을 냉큼 받았다. 두 눈을 감고 기도문을 독송했다. 혀에 배어 들어 자동적으로 흘러나오는 기도에는 힘이 있었다. 그 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힘. 그 힘이 이끄는 곳은 시간과 시간 사이의 작은 성소였다. 생각도 판단도 감정도 다 벗어놓은 채 고요해지는 작은 성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