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바다의 정기
어느덧 찬바람이 롱패딩을 부르는 계절,
세상의 모든 온기가 그리워질 때,
우리는 하나의 소박한 그릇 앞에서 위로를 얻는다.
남해의 청정함이 통영과 거제의 물결 속에서
겨울의 보석, 굴을 깨운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정도로 겨울바다가
건네는 가장 순수한 영양제이다.
껍질을 벗고 드러낸 뽀얀 속살은 영롱하며,
그 탱글 한 식감에 바다의 생명력이 담겨있다.
튼실한 생굴을 붉은 초장 듬뿍 찍어 입안으로
가져가는 온전한 신선함도 좋지만
끓는 물을 만나 따뜻한 밥알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굴 국밥은 완성된다.
뚝배기에서 피어오르는 김은 아침 바다의 해무 같고
그 속에서 한 숟갈 떠 올리는 굴과 밥알의 조화는
청정바다의 정기를 들이마시는 의식이다.
첫술을 입에 머금으면 바다의 깊은 맛이 혀끝을 감싼다.
국물은 맑고 담백하며 마치 새벽 바닷가에서 맞는
첫 숨결처럼 청량하다.
담백함 속에 숨어 있는 짭조름한 바다의 염분은
복잡한 양념 없이도 국물 맛의 중심을 잡아주며,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따뜻한 기운이 된다.
굴 국밥, 그것은 겨울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가장
뜨거운 바다의 노래이자, 우리의 삶을 다독이는
다정하고 든든한 어머니의 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