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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28. 테헤란로에서 삶의 방향찿기.

“흐름 속에서 빠져나온 사람, 이제는 물길을 바꾸는 사람”

by 사무엘


햇살이 눈부시게 좋은 정오의 강남역.

나는 발걸음을 강남역 테헤란로로 향했다.

며칠 전 밤의 그 거리에서 느꼈던 묵직함과는 달리,

이번엔 대낮의 분주함 속에 나를 흘려보내고 싶었다.


점심시간,

정장 입은 직장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커피를 들고, 통화를 하며, 무표정하게 걷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한 방향으로 흐르는 거대한 강물 같았다.


그 강물 속에서

나는 마치 강가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조용히 혼자 튕겨 나와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보고서를 위해 뛰는 사람도 아니고,

상사의 호출에 뛰어가는 사람도 아니며,

내일 회의를 준비하며 걷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수의 속도에 묻혀 살아오던 한 사람이

흐름 밖에 선 느낌.


나만 정지된 화면 속에 있는 듯,

도시의 리듬에서

잠시 ‘제외된 존재’가 된 듯한 낯선 기분.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불쑥 시큰거렸다.


“저 안에 여전히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여전히 뛰고 있었을까?

아니면 이미 지쳐 있었을까?”


부러움과 서운함,

상실과 회한,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이방인의 감정’이

나의 발끝에 엉켜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엉킴은

다짐으로 천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흐름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비록 지금은

그 방향이 선명하진 않더라도,

나는 내 보폭대로

나만의 속도로

또 다른 물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생 2막에서 나는

흐름을 따라 올라갔고,

예고 없이 하산했다.


하지만

그 내려옴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산을 오르기 위한

쉼과 숨고르기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오늘 테헤란로의 햇살 아래,

나는 내 마음 속에서도 작게 선언했다.


“세상의 흐름에서 비켜났다는 건,

흐름을 바꿀 또다른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다.”

"메인 본류속에서 개인이 그 흐름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퇴직이 ‘소외’로만 느껴지던 마음이

그 순간

‘재구성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다시 정렬되기 시작했다.


“사람은 결국

어디에 속하느냐보다,

어디로 걸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오늘의 나는

소속을 잃은 대신

방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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