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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29. 퇴사후 1개월만에 달리는 내 몸.

“몸이 먼저 깨어나는 날, 마음도 다시 숨을 쉰다”

by 사무엘


내 삶의 오래된 모토가 있다.

“Sound body, sound mind.”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살아오며 가장 깊이 실감했던 문장이기도 하다.


운동을 좋아했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따라 움직이고,

근육이 살아날 때

생각도 더 맑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내 삶의 리듬이었고, 내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그 리듬이 완전히 멈춰 있었다.


예고 없는 퇴직이라는 현실은

나의 이성과 감정을

마치 낯선 도시 한복판에 혼자 내던지듯,

혼란스럽고 막막하게 만들었다.


몸은 가만히 있었지만,

마음은 매일 요동쳤다.

심장이 아니라, 머리로만 사는 시간.


운동화 끈은 풀려 있었고,

내 몸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오랜만에 집 근처를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달렸다.

마치 잊고 있던 리듬을

한 걸음씩 되찾아가는 느낌.


햇살이 부드럽게 등을 밀었고,

가벼운 바람이 뺨을 스쳤고,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가

“오랜만이야”라고 인사하듯

근육 속의 감각을 되살려 주었다.


“살아있다.”

“생각이 아니라,

뛰는 이 몸이 나를 다시 현실에 데려다준다.”


사실, 이 짧은 30분의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마음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몸의 첫 걸음.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먼저 깨어나기로 한 몸의 선언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한동안 내가 나를 놓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은 많았고, 글은 썼지만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삶은

어딘가 기울어져 있었다.


몸이란 참 정직하다.

무리하지 않으면 배신하지 않고,

쉬었다고 해서 등을 돌리지 않는다.


오늘의 뜀은

“괜찮아, 다시 시작하자”고

내 몸이 내 마음에게 건넨 첫 인사 같았다.


앞으로도 마음이 흔들릴 때면

생각보다 먼저,

발을 먼저 내딛는 습관을 다시 들여야겠다.


심장이 먼저 뛰면

생각은 그 리듬을 따라오고,

삶은 다시 내 것이 된다.


“몸은 마음의 토양이다.

마음은 몸의 숨결이다.”


오늘 나는

그 둘 사이의 오래된 진리를

땀과 숨결로 다시 배우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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