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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09. 2021

스물 아홉 나에게,

딱 한번만 떠나 봐

스물 아홉 나에게, 딱 한번만 떠나 봐 

 
 스물 아홉, 나에게  

 운명이 있다면 난 그걸 믿지 않겠어,  

 운명대로 살지는 않겠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것이 있다면  

 삶은 무의미한 노력이 될 테니까,  

 꿈은 부질없는 상상이 될 테니까 

 

 그렇게 시작된 너의 다짐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음으로 

 난 이 편지를 고맙다고 시작할게 

 비록 너의 청춘이 그런 다짐으로 인해  

 고요한 슬픔과 아픔으로 다져졌음에도 말야

 
 이제 와서 말이지만,  

 그때의 너는 강한척 했었지만 너무 여린 강아풀같았어. 

 쫓기는 불안으로 안정을 찾아 헤매고 있었지만 

 살아보니 결국 세상에서 말하는 안정이란 신기루일 뿐이었어  

 줄타기 곡예사가 몸을 멈추는 순간 공중으로 떨어지고 말듯 

 삶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움직이는 거였어 

 그러니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안정을 찾아 

 보물찾기하는 아이처럼 초조해 하지 말아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절대 믿지말아

 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는 거야 

 너의 고난에 도움 주지 못하는 이들의 변명일 뿐이었어 

 할 수만 있다면 제발 고운 길만 선택하길 바래 

 성공을 향해 좀 더 빨리, 좀 더 멀리 가겠다고  

 구지 고통을 선택할 필요는 없는 거야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야

 나이 든 후 기억에 남는 건 성공이 아니라 추억뿐

 

인생에 결과는 없는거야. 다만 과정이 있을뿐 

아름다고 행복한 것은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었어 

모두다 과정에 있는 작은 열매들이지 

운명에 맞서고 꿈을 향해 달리는 마음이 너무 기특하지만 

때때로 고통을 감내한 너의 모습에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파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바래  

하지만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우선이란다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이민을 가겠다고 했을 때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 까지 다 까먹을 것이라고 

그나마 지키고 있던 자리마저 빼앗길 것이라고 

그나마 있던 자존심까지 다치고 말 거라고 

그까짓 그나마들 모두 잊어버려 

그까짓 조언들은 구겨 버려 

 
지금 네가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너무 많은 상처로 아프다면, 

지금 어두운 동굴에 머물러 있다면, 

개의치 말고 떠나야지, 딱 한번만 이라도. 


스물 아홉 나에게, 

세상의 규칙을 겁내지 말았음 좋겠어 

자신을 의심하지 말았음 좋겠어 

힘들고 어렵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처음엔 도피일지라도 용기를 거쳐  

모험이 되고 도전이 되어  

결국엔 추억으로 완성되는 거야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 

선생님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세상도 결국엔  

지나가는 것일 뿐이야.  

그들 안에 갇히지 말아야해 

내가 따라가야 할 것은 내 마음뿐이야 

그들이 보지 못한 세상을 보아야 해 

 

세상의 칭찬과 격려를 믿지 말아야 해 

이제 그만하라고, 그 정도면 됐다고  

그것은 너의 의지를 꺾고 말거야 

고립이 주는 외로움, 낯선 곳이 주는 차별, 

그런 것을 피하라는 말도 잊어버려 

뜨겁게 타오를 열정의 씨앗은  고독안에서 잉태되니 

활활 타오른 후에는  언제나 너 자신을 품어주는  

고독함을 끌어안고 진한 커피를 마시렴 

 
너의 결심 덕에, 청춘을 팔아 여기까지 왔단다. 

넘어진 적도 있었지만  

청춘에 묶은 신념의 붕대가 얼마나 단단하던지 

아픈 줄도 모르고 웃으며 올라왔단다. 

고맙다 나의 스물 아홉  

결국 나는 나를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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